정숙 감상 수요도 여전···상반된 니즈 충족 과제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는 것이 보통이었던 일본의 미술관들이 전시작품의 촬영을 허가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의 일상화로 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후 SNS에 업로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배경이 되고 있다. 미술관들은 사진 촬영 허가를 통해 선전 효과와 함께 방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도쿄 롯본기(六本木)의 국립신미술관에서 2월부터 5월까지 열린 ‘지상(至上)의 인상파전 뷰르레 컬렉션’. 전시된 작품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들로,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해당 전시전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어와 중국어 안내서까지 비치했다. 실제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한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았다. 

도쿄 롯본기(六本木)의 국립신미술관 (CC-BY) 
도쿄 롯본기(六本木)의 국립신미술관 (CC-BY) 

모두 10개의 섹션으로 구분된 전시실 가운데 마지막인 ‘모네의 수련 연못, 녹색 반사’ 전시실을 들어서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미술관 측에서 가로 4미터, 세로 2미터의 유채화 ‘수련 연못, 녹색 반사’ 작품의 사진 촬영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국립신미술관의 학예원은 아사히신문에 “SNS를 통해 전시회 소식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물론 무분별한 촬영은 자제하도록 유도했다. 작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 플래시를 켜고 촬영하는 것은 금지시켰다. 또한 사진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금하도록 당부했다. 셔터를 누를 때 발생하는 소리가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촬영 가능한 장소를 한정하기도 했다. 촬영에 집중하느라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통행로를 충분히 확보하는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국립신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모네의 ‘수련 연못, 녹색 반사’ 작품 아래에 “촬영OK”라고 별도로 표시해 관람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출처=국립신미술관 홈페이지)
국립신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모네의 ‘수련 연못, 녹색 반사’ 작품 아래에 “촬영OK”라고 별도로 표시해 관람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출처=국립신미술관 홈페이지)
국립신미술관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SNS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출처=국립신미술관 홈페이지)
국립신미술관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SNS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출처=국립신미술관 홈페이지)

국립신미술관은 2015년 가을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전’에서 처음으로 일부 작품에 한해 사진 촬영을 허가했다. 높이 약 3.2미터, 폭 약 2.2미터, 깊이 약 1.7미터의 조각 ‘붓다’를 전시실 중앙에 배치하고, 작품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테이프로 구역을 나누었다. 촬영 장소를 따로 마련한 첫 시도가 호평을 받자 2017년 ‘구사마 야요이(草間弥生) -우리의 영원한 영혼 전’ 등에서도 일부 작품에 촬영을 허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미술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마치다(町田) 시립국제판화미술관도 6월 17일까지 개최되는 기획전 ‘우키요(浮世) 모던’에서 일부 작품에 한해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선전 효과는 물론,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 올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미술관 측은 “유럽 및 서양의 미술관들의 경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방일 외국인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술관들이 ‘세계 기준’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미술관 촬영 허가에 따른 과제들도 많다. 촬영 허가 서비스가 정착된 국립신미술관에서도 “촬영 셔터 음이 시끄럽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관람객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국제판화미술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미술관으로서는 많은 관람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비즈니스적으로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전시회를 기획하는 사람에게도 양질의 전시회 기획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국립신미술관의 학예원은 “전시 작품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사람과 사진으로 남겨 기념하고 싶은 사람, 이들의 상반된 니즈를 어떻게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이상적인 감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촬영 장소를 따로 설정하는 등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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