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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한류버스, 오늘도 도쿄의 중심을 달린다
무료 한류버스, 오늘도 도쿄의 중심을 달린다
운행 개시 2년차 맞은 무료 한류 버스 ‘k-셔틀’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3.20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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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 좀 봐, 공짜라는데 한번 타 볼까?”

외국인 친구와 함께 버스를 유심히 바라보던 젊은 일본 여성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다음 정거장에서는 세 명의 중국인 여학생이 잠시 망설이다 버스에 올라타서는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 모녀의 양손에는 눈에 익은 한국 과자들이 한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k-셔틀’의 화려한 외관 덕분에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버스를 쳐다보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최지희 기자>

도쿄 신주쿠(新宿) 구청에서 탑승한 무료 한류 버스 ‘k-셔틀’은 우려와는 달리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정류 장소에 도착했다. 버스는 빨강과 파랑의 색감 대비로 멀리서도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버스 전면 상단부 좌우로는 한국과 일본 국기를 그려 넣어 우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요일인 탓도 있어서인지 21인승 버스 안은 승객으로 가득 찼다. 운 좋게도 마지막으로 비어있는 맨 뒷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버스 안은 대략 40~50대 일본인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보였지만, 탑승객은 남녀노소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했다. 신오쿠보(新大久保) 등 한류 거리 쇼핑을 위해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도 있는가하면, 다른 여정 가운데 잠시 무료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버스가 멈춰 설 때마다 화려한 버스 외관 때문인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은 ‘k-셔틀’ 탑승의 묘미 가운데 하나였다. 신오쿠보에서도 가장 사람들로 붐비는 한류 마트인 서울시장(ソウル市場) 앞에 버스가 정차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구경하는 진풍경도 연출되었다. 

‘k-셔틀’ 내부 모습. 일요일 오후 시간 대 21인승 버스에는 탑승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최지희 기자>

2년여 전, 일본의 한류 중심지인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계 상점주들이 신주쿠 번화가를 순회하는 무료 순환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k-셔틀’이라는 이름의 이 무료 버스는 한국계 상점주 단체인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가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서서히 코스와 운행일수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 4번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21인승 버스가 신주쿠와 신오쿠보 주요 거점을 돌고 있다.

코스는 가부키쵸기오우(歌舞伎町鬼王) 신사 교차로에서 출발해 히가시신주쿠(東新宿)와 신오쿠보를 지나 신주쿠역 서쪽 출구 지하 로터리에서 끝이 난다. 모든 코스를 도는 데는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운전기사가 차 밖을 향해 정중히 안내 방송을 하면서 사람들의 탑승을 유도했다. 버스를 탑승한 날도 “이 버스는 누구나 무료로 탑승이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를 듣고 즉흥적으로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꽤 만날 수 있었다. 

신주쿠와 신오쿠보 주요 거점을 도는 ‘k-셔틀’ 노선도 (‘k-셔틀’ 홈페이지)

신오쿠보는 한일 외교 관계 악화로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민족 차별을 선동하는 헤이트 스피치의 단골 장소가 되기도 했다. 2015년 9월, 침체된 마을의 활성화를 위해 신오쿠보와 신주쿠 역 주변을 연결하는 코스로 주말과 휴일에 운행을 개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K팝과 한류 화장품 붐이 도래하고, ‘치즈 닭갈비’가 유행하면서 신오쿠보도 차츰 활기를 되찾아 버스 이용객 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류 거리 신오쿠보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서울시장’ 앞 풍경. 일요일 오후 이곳은 넘쳐나는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최지희 기자>

상인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루 4번의 운행으로 평일에는 약 70명, 주말과 휴일에는 약 120명의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류 버스에 탑승해 신오쿠보의 활기를 체험해보는 것으로 한일 우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주쿠와 신오쿠보 일대를 방문한다면 한번 쯤 무료 한류버스 ‘k-셔틀’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한류 불씨 살리기를 위한 작지만 당찬 걸음, 버스는 오늘도 도쿄의 중심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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