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변화가 이끌어낸 소비행태 변화가 업계 성장 이끌어

장기간 지속된 일본의 불황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변화는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호화찬란한 빛으로 고객들을 유혹하던 백화점 대신에 싼 가격이 강점인 할인점으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매하기 쉬운 대형슈퍼마켓(마트)에서 가깝고 소량구매가 편리한 편의점으로 소비자들의 대규모 이동이 이뤄진 것이다. 

웰시아 드러그스토어 전경<사진출처=웰시아 홈페이지>

이제는 더이상 식품과 같이 매일 소비하는 일용품을 굳이 자동차로 한두시간씩 걸리는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인가구가 대세인 요즘 대부분의 일용품이 구비되어 있는 드러그스토어는 퇴근길 장보기에 가장 적한한 모델인 셈이다. 게다가 고령화로 인한 의약품 수요 증가도 드러그스토어 성장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6조5000억 엔이라는 드러그스토어 시장규모는 이미 백화점 시장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편의점 시장규모가 11조엔 정도에 전년대비 신장율이 4.1% 인 것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드러그스토어가 일본의 소매업 패권을 두고 편의점과 한판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식품강화전략을 취하고 있지 않는 마츠모토키요시.  마츠모토키요시는 교외보다는 도심지 역이나 역사건물내 입점해 화장품을 주력 상품으로 취급한다.  사진은 도심부에 위치한 마츠모토키요시 드러그스토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품강화 전략은 마츠모코키요시를 제외한 거의 업계 전체의 목표나 방향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식품의 경우, 의약품 등 다른 품목에 비해 매출총이익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비율이 낮다는 것은 팔아도 얼마 벌지 못한다는 뜻이다.

도심지 역 앞의 '세이죠', '세가미' 등 소형점포가 많고, 식품구성비가 10.8%밖에 되지 않는 '코코카라파인'도 식품 판매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지만, 코코카라파인의 2017년 3월기 결산에서 품목별 매출총이익률은 의약품 39.0%, 건강식품 34.6%, 위생용품 27.9%, 화장품 27.4%, 일용잡화 19.9% 등 적게는 20%에서 의약품의 경우 40% 가까이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식품은 11.7%에 그친다. 

식품은 고객수 증가효과가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낮은 식품의 매출총이익률 개선노력은 필수다. 동종 업체인 '썬드러그'의 경우에는 프라이빗브랜드(PB)상품을 확대해 유통마진을 줄이는 방법으로 매출총이익률을 높이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조제약국 병설도 매출총이익률 상승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제약국 병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웰시아다. 웰시아의 조제병설점은 전년대비 131개 늘어난 1025개로 조제병설율은 66.9%에 이른다. 조제약품 매출액도 전년대비 27.5% 늘어난 975억 엔을 기록했다. 조제약국 체인업계 순위로도 6위 안에 들어갈 정도의 규모다. 머지않아 업계 수위에 오를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약을 조제하는 동안 매장내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특히 나이 든 사람에게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의류나 전문적인 잡화가 가득한 이온몰 등 대형마트보다 드러그스토어가 훨씬 효율적이다. 이외에도 편의점처럼 공공요금 수납, 무료알칼리이온수 등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되는 추세로 드러그스토어의 집객력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드러그스토어 업계이지만, 약제사 고갈 문제는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드러그스토어업계는 극심한 일손부족에 직면해 있다. 고객이 약제사와 상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2년에는 약학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바뀌고, 국가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 때문에 일시적인 약제사 부족현상을 발생했지만, 이후 28개 대학에 약학부가 신설돼 얼마 지나지 않아 약제사 과잉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된 드러그스토어의 약진과 더불어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일손부족현상으로 인해 약제사 구인 벽보가 나붙은 드러그스토어를 보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드러그스토어업계의 임금수준은 대졸초임 기준 월 25만 엔에서 30만 엔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웰시아의 경우 월 약43만 엔(상여포함)의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조제 이외 업무 등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약제사들 사이에서 드러그스토어는 점차 기피업종 중의 하나로 되어가는 실정이다. 조제 이외의 업무는 감기약, 위장약, 상처 치료 등 가정용 상비약 관련 고객 상담이나 상품진열, POS관리 그리고 점포에 따라서는 식품이나 화장품을 포함해 계산원 역할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판약에 대한 지식은 조제에서는 얻을 수 없으므로 폭넓은 의약품 지식을 습득하려는 약제사라면 더 없이 좋은 근무환경이지만 고객 응대가 서툴거나 기피하는 사람이라면 불편할 따름이다. 게다가 일손부족이라는 미명하에 계산까지 해야한다면 아무리 높은 급여조건이라도 선뜻 지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드러그스토어가 늦은 밤까지 조제 영업을 고수하고 있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도 약제사들의 입사율을 낮추고,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 중의 하나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약제사의 재고용이나 장시간 노동방지책 도입, 전자태그를 도입한 무인화전략 등 약제사 확보를 위한 노력의 성공여부가 향후 드러그스토어 성장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상 3회에 걸쳐 일본 드러그스토어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이온을 비롯한 종합슈퍼마켓(GMS)의 고객을 빼앗으며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온 드러그스토어 업계이지만, 사실 업계 1위인 웰시아는 이온그룹의 자회사다. 이온그룹은 지난 2014년 11월 실시한 주식공개매수로 웰시아의 주식 50.1%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그룹내에서 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매출이 이전된 셈으로 과거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세븐앤아이 그룹내 자회사인 이토요카도를 가장 위협했던 존재였던 경쟁 구도와 매우 닮아있다.

하지만, 양사의 경영전략은 사뭇 다르다. 웰시아 점포에서는 '티포인트'카드를 이용한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온의 '와온'카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웰시아 매장에서 이온PB브랜드 '톱밸류' 제품은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이토요카도가 '나나코'카드를 이용해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거나, 이토요카도가 세븐일레븐 PB브랜드인 '세븐프리미엄' 제품으로 보조를 맞춰가며 판매전략을 펴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웰시아는 이온이 인수한 회사라는 점이지만, 향후 웰시아의 성장이 지속된다면, 와온도 톱밸류도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는 과정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이온그룹 전체의 매출과 이익률은 웰시아 덕분에 높아질 지 모르지만 이온이란 이름의 브랜드는 이미 빛이 바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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