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수 : 39,890개 vs. 55,395개
매출액(원화 기준) : 20조 3,000억 vs. 104조 5,000억
1일 평균 이용고객수 : 370명 vs. 900명
편의점 1곳당 인구 수 : 1,300명 vs. 2,300명

“최저임금이 올라 살림살이 나아졌냐고요? 일하는 시간이 줄어 수입은 더 쪼그라들었어요.”(아르바이트생)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요? 자영업자는 인건비 아끼느라 저녁은커녕 휴일도 없어요.”(편의점주) 

우리나라 한 언론사의 기사 중 일부다. 최저임금을 올린 탓에 아르바이트생은 물론 점주도 인건비 탓에 죽을 맛이라는 이야기다. 이 언론사뿐만 아니다. '편의점'과 '최저임금'으로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최저임금 인상후 흔들리는 편의점 시장
최저임금 사각지대 '편의점 알바'···"식비요?"
최저임금 인상이 바꾼 전국 '편의점 지도'
"저녁은 커녕 휴일마저 없어졌어요 " 최저임금 직격탄···편의점주 한탄

하나같이 최저임금 탓에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한국의 편의점수는 2018년 2월 말 기준으로 5개 브랜드 39,890개에 달한다. 집계를 시작한 1989년 전국적으로 7개에 불과했던 것이 매년 성장을 거듭해 29년만에 4만 점포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점포수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IMF때인 1998년의 경우 고작 6개 증가에 그쳤으나, 이후 1999년에 279개(전년대비 13.5%), 2000년 487개(동 20.8%), 2001년 1044개(동 36.9%)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3년에 걸쳐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총 매출액도 2013년 12조 8000억 원, 2014년 13조 8000억 원, 2016년 20조 3,241억 원으로 점포수 증가에 비례해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8년 2월 말 기준 업체별 점포수를 보면, 업계 1위인 CU 점포 수는 12,653개, GS25는 12,564개로 양강구도를 그리고 있다.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은 9,326개, 이마트24는 2,846개, 미니스톱 2,501개 순이다.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2018년 2월 말 기준 일본의 주요 8개 브랜드 편의점 점포 수는 55,395개다. 독보적 1위는 세븐일레븐으로 20,033개다. 2위는 17,409개 점포를 거느린 패밀리마트다. 중견브랜드 써클K생크스 6,000여개 점포를 통합하면서 단번에 로손을 따돌리고 점포수면에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3위는 로손으로 13,111개, 미니스톱 2,263개, 데일리야마자키 1,571개 순이다. 

점포수만 고려했을때는 한국의 편의점수가 전체인구에 비해 다소 많은 편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문제는 매출액이다. 한국 편의점의 총매출액은 20조 3,241억원인데 반해 일본 편의점의 총매출액은 10조 6,975억엔, 6월 12일 기준 환율을 적용하면 104조 5,648억원에 달한다. 점포수는 일본 편의점의 70% 수준인데 반해 매출액은 고작 2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출처=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JFA),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 / 그래프=Highcharts.com
데이터 출처=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JFA),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 / 그래프=Highcharts.com

이익률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평균 객단가도 차이가 많이 난다. 한국 편의점의 1인당 객단가는 5,000원으로 일본의 6,200원(618엔)에 비해 매우 낮다. 편의점 이용고객수를 들여다 보면 상황은 더욱 끔찍하다. 일본의 1일 편의점 이용고객수는 평균 900여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분의 1수준인 평균 370여명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한국의 편의점이 서울 등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이들 지역 편의점주들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개별 점포 단위의 연간매출액을 살펴보면 객단가와 이용고객수 차이가 초래한 결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간 평균 매출액은 CU가 6억 1,682만원, GS25 6억 7,922만원, 세븐일레븐 4억 9,938만원, 미니스톱 6억 4,099만원으로 5억~6억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일본 편의점의 연간 평균 매출액(원화로 표기)은 세븐일레븐이 23억 9,440억원, 로손 21억 1,335만원, 패밀리마트 19억 530만원, 미니스톱 16억 4,615만원, 데일리이자카야 14억 6,000만원으로 중견 브랜드조차 한국 업계 1위인 GS25 매출액의 2배가 넘는다. 

데이터출처=프랜차이즈비교닷컴
데이터출처=프랜차이즈비교닷컴(fcowner-hikaku.com)

1974년 세븐일레븐 1호점을 시작으로 편의점 시대를 연 일본. 뒤쳐지긴 했지만 한국의 편의점 역사도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으로부터 시작됐으니 그리 짧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양국의 편의점 업계의 성적표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물론 인구사회학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고, 양국의 경제적상황도 엄연히 적지않은 시차가 있어 단순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의 편의점이 외형적인 성장에 치우쳐져 있는 반면, 일본의 편의점들이 내실을 다져가며 성장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해 2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3.5%)로 돌아선 이후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편의점이 너무 많아 서로 매출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한국 편의점 점포들의 대부분은 개인 프랜차이즈 창업자(점주)들이 운영한다. 직영매장은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편의점 창업이 많아질 수록 경쟁이 치열해 가맹점들의 수익률은 저조할 수 밖에 없다. 장사가 잘되는 길목에는 편의점이 두서너곳이 있는 곳이 흔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흔해졌다.

총인구에 기초한 편의점 1곳당 인구 수는 1995년 2만 8,380명에서 2005년 5,420명, 지난해에는 1,300명 아래로 떨어졌다. 2,300명 안팎인 일본보다 훨씬 더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다. 보다 못한 정부가 점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 동일 브랜드에 대해선 250m 거리 제한으로 신규점포 개설을 규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종업체간 거리엔 제한이 없어 눈가리고 아웅식 처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4시간 영업인 편의점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일본에서 인건비 부담으로 편의점 영업이 힘들다라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상승한 7,530원이다. 인상률만 보면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에서도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 경제 실태에 맞춰 지역별로 최저임금(시급)을 정한다. 가장 높은 지역은 역시 도쿄로 현재 시급 932엔을 최저시급으로 정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가나가와현이 930엔, 오사카가 883엔 등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일손부족에 처한 일본에서는 특히 아르바이트 등 파트타임 직원 활용도가 높은 외식업체나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시급인상에 적극나서면서 주요 3대 도시권의 시급은 이미 1000엔대를 돌파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알바생보다 못번다"는 편의점주들의 눈물이 모두 가파른 최저임금상승 때문이라는 여론몰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진짜 요인은 규모의 경제를 노린 업체들의 무리한 점포확대노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데이터출처=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청, 일본경제산업성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데이터출처=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청, 일본경제산업성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 빅3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도 매장 순증수는 약 1,100개로 최근 10년 간 가장 많은 순증수를 기록했던 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할인점, 드러그스토어, 인터넷쇼핑몰 등 위협적인 경쟁상대의 출현으로 편의점 이용고객수가 매년 감소세를 띄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체들이 과도한 출점경쟁을 지양하고 내실화를 꾀하려는 시도에 착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해 1,500개의 출점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800개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순증 700개는 지난해 출점실적에 비해 20%나 줄어든 것이다.

패밀리마트는 11월까지 마무리되는 서클K생크스와의 브랜드통합시에 채산성이 나쁜 점포는 퇴출시킬 계획이다. 순감규모는 약 380개로 2017년도 약 900개보다는 적지만, 2년 연속 순감소를 기록할 전망이다. 패밀리마트는 단순히 폐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 650억 엔을 투입해 기존점에 대한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로손의 순증규모는 2017년에 비해 10% 정도 적은 800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말 일본 편의점 빅3의 국내 점포수는 5만 2,60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랜차이즈업계 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성공요인은 실제 편의점을 방문하는 고객수로 결정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인건비 상승 분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CU, GS25 등 업체 스스로 양적팽창을 지양하는 한편, 점포의 내실화나 효율화를 위한 투자나 노력도 병행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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