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먹기 귀찮아"···日엥겔지수 29년만에 최고치

인구구성·라이프스타일 변화, 식비지출 증가세

일본인들의 생활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29년만에 최고치에 기록했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 조사(2인 이상 가구)에서 나타난 지난해 1~11월 엥겔지수 평균치는 25.7%로 이대로라면 26%는 확실히 넘을 것으로 추산돼 이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 1987년 이후 2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식품 가격 상승과 더불어 외식과 조리된 식품 이용 증가, 맛집 등 식생활의 레저화 등으로 인해 엥겔지수가 과거에 비해 크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1개월당 소비 지출은 평균 27만8888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2% 감소했다. 하지만 식비 지출은 7만1603엔으로 1.8% 늘었다. 의류와 신발에서부터 주거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지출이 줄어든 반면 식료품비나 보건 의료, 교육은 오히려 지출이 늘어났다.

일본의 엥겔지수는 2013년까지 20년 가까이 거의 23%대에서 머물다가 2014년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소비세율 인상과 식품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 등으로 식품 단가가 오른 영향이다. 다만 2016년에는 가격 인상 움직임이 주춤했음에도 엥겔지수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인구구성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오카다 나오코 주임 연구원은 “세대수 구성원의 감소에 따라 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식비 지출 비중이 높아지기 쉬운 고령인구의 증가 외에도 집에서 조리를 꺼리는 ‘식사 외부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호시노 다쿠야 부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른 지출을 억제하는 대신 먹는 재미로서의 식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변화에 발 맞춰 식료품 코너를 강화하는 등 대응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마루이그룹은 올해 여름까지 대형 의류 매장 등이 입주해 있는 긴시초점(도쿄 스미타구)의 지하 1층에 식품 슈퍼마켓을 개장한다. 소고·세이부는 오는 4월까지 세이부 도코로자와점(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에 기존 지하 1곳이던 식품 매장을 지상 1층에도 신설한다.

편의점들도 조리의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하는 고객층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로손은 즉석 도시락 제공 매장을 현재의 약 3500개에서 2018년 2분기까지 5000개로 늘린다.

로얄홀딩스 산하 패밀리레스토랑 '로얄호스트'는 지난해 12월에 시작한 비교적 높은 단가인 페어메뉴의 매출이 약 2배정도 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엥겔 지수는 가계지출에서 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저소득 가계일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요리부담을 줄이고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비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전체적인 식비 지출은 줄어들 것이 확실하지만 이같은 식생활 문화의 변화는 관련업계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