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젤리 등 판매 호조 속 '껌' 매출하락 뚜렷
인구동태 변화· 다양한 대체제품 증가 등 이유 

편의점 혹은 마트의 계산대 근처에 단골로 진열되는 상품하면 뭐니 뭐니 해도 ‘껌’이었다. 덕분에 계산을 위해 줄서있는 동안 무심결에 껌을 집어 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껌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방일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전체 과자 매출이 상승한 반면, 껌만이 유독 매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전일본과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체 과자 매출액은 총 3조 3,898억 엔으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최근 5년째 매출이 늘고 있다. 다만 과자의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는데, 초콜렛, 젤리, 스낵 과자 등의 매출은 호조를 보인 반면 껌은 하락세가 이어졌다. 작년 한 해 껌의 판매액은 매출이 가장 좋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까지 떨어지면서 껌 업계만이 울상을 지었다. 

편의점의 과자 진열대는 업계의 유행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최근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품목은 젤리 등의 구미(gummy) 캔디류다. 진열대 배치상으로도 구매자의 시선이 가장 닿기 쉬운 명당자리에 위치해있다. 초콜릿 과자 역시 계속해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비해 껌은 가장 아랫줄에 위치해 시들어가는 인기를 실감케 한다.

패밀리마트 편의점의 계산대와 가까운 진열대에는 구미류들이 잔뜩 진열되어 구매자의 시선을 끈다. (사진=최지희 기자)
패밀리마트 편의점의 계산대와 가까운 진열대에는 구미류들이 잔뜩 진열되어 구매자의 시선을 끈다. (사진=최지희 기자)

일본츄잉껌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해 껌 판매액(소매가)은 1,005억 엔으로 최근 10년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매출액이 가장 높았던 2004년(1,881억 엔)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마이니치신문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편의점 계산대 바로 옆에 마련된 즉석커피를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껌과 비슷한 가격인 100엔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업무 중의 피로 회복 및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한 소비자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의 진열대 모습. 위에서부터 구미류, 카라멜 및 캔디류가 진열된 가운데 껌은 가장 아래 칸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세븐일레븐 편의점의 진열대 모습. 위에서부터 구미류, 카라멜 및 캔디류가 진열된 가운데 껌은 가장 아래 칸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일각에서는 일본의 인구 동태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롯데 홍보담당자는 “(과거에 껌을 즐겨 씹던) 단카이 세대(1947년~49년 사이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세대)의 대량 퇴직으로 이들이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줄면서, 구취 방지 목적의 이용 또한 함께 줄어든 것이 크다”고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40대 남성 회사원 A씨는 “최근엔 구취 방지용으로 컴팩트한 캔디형 제품이 많아져서 그쪽으로 손이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껌의 매출 하락을 스마트폰 보급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급속히 확대된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껌의 매출 감소폭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껌이 ‘시간 때우기’ 용도로 애용됐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예전에는 계산대 옆에 진열된 껌은 계산을 기다리는 구매자의 시선을 붙들기도 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들의 시선을 화면으로 돌리게 했다.

한편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껌 업체들은 떨어진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의 연령을 의식한 전략에 돌입했다. 롯데는 작년 9월, 중·고연령층을 타겟으로 기억력 유지 성분을 배합한 껌을 발매하여 목표치보다 약 1.4배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업계 2위 몬데리즈 재팬(mondelez Japan)은 애니메이션 ‘루팡3세’를 테마로 한 ‘클로레츠(clorets)’를 4월부터 발매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껌의 대체제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저작 운동’과 같이 껌만이 가진 장점을 부각시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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