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익숙한 유토리세대, 소비보다 저축 지향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상품'에서 '서비스'로···소비행태 변화 뚜렷해

일본 소비자물가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일본정부의 물가상승률 2% 달성 목표는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같이 일본의 물가가 정부의 강력한 양적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원인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토리 세대(1987년~2004년 출생자)'의 절약지향 소비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토리세대란 이른바 '유토리교육(ゆとり(여유)교육)'을 받은 세대가 자신들이 다른세대에 비해 학력이 낮다는 점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창의성 및 자율성 강화에 중점을 둔 유토리교육 탓에 치열한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세대를 일컫는다. '유토리교육'은 1977년에 도입되어 1989년과 2002년의 두번의 개정을 거쳐 정착됐는데 주요내용은 '학습내용의 30% 삭감', '주5일제 학습', '종합학습시간도입', '절대평가'로 요약된다. 

이같은 유토리세대는 장기불황하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셈인데, 특이한 점은 수입이 있어도 소비 대신 저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들세대는자동차나 해외여행, 명품은 물론 옷, 휴대폰 등 생활필수품에 대해서조차 무관심할 정도로 지나치게 절제된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30대 미만의 이들 세대는 버블경제나 인플레이션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이들이 고교나 대학시절에 마주한 거리에선 일명 '100엔숍'이라 불리는 불황형 저가 매장이 즐비하고, '무한리필'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진 선술집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광경이었다.

이같은 영향 때문일까. 이들세대는 다른세대와 비교해 물질적인 욕구가 신통치 않다. 저녁식사도 편의점 도시락으로 떼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 내각부 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29세 이하 세대주의 자동차 보급률은 작년 3월 말 49.3%로, 60세 이상 노인(62.7%)보다 낮았다. 2011년 한 해 노인층 보급률을 웃돈 후 4년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한 일본 자동차 전문지의 설문조사에선 도쿄도내 20~30대 독신 남성의 자동차 보급률은 20%에 불과했다. 

단, 일본 소비에서 30대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로 이들세대의 소비행태가 전체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4년에 걸쳐 30대 미만의 소비지출은 14.6% 감소했다. 다른 연령층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며 지출 감소폭은 평균 약 12%였다. 30세~39세만 놓고 보면 25.8%나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유토리세대가 소비침체의 원흉이라고 지적되기 시작한 것은 수입에 대비에 저축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지만 30세 미만은 1999년에서 2014년 사이에 역으로 2% 증가했다. 한편, 저축률은 15.7%에서 30.9%로 거의 두배 가량 높아졌다. 전연령 평균 저축율 상승폭이 5.8포인트인 것을 감안할 때 유토리세대의 저축율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인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종합연구소 시모다 유스케씨는 일본 젊은이들이 이처럼 덜 쓰고 보수적으로 된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동안 삶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본경제의 위험성을 듣고 자란 이들 세대들은 노후보장에 대한 불안으로 미래에 대비해 저축을 해두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9세이하의 젊은층의 1년 후 물가상승예상치(기대인플레율)은 1.9%였다. 전세대 평균은 2.1%로 인플레이션을 모르는 젊은층의 물가상승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을 볼 수 있다.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21일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일본사람들의 물가상승률이 과거 물가상승률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2%이상이 될 때까지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기대'를 자극하고 있지만 유토리세대의 소비행태가 이같은 목표실현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렇다면 유토리세대가 저축에 매달리는 것은 매력적인 '상품'이 없기 때문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젊은층의 탈음악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콘서트 등 라이브음악 관련 연간매출은 5년사이에 2배이상 증가했다. '상품'에서 이벤트나 여행 등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TV 등 생활가전기기의 출하액은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70%정도 줄어들었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율은 약 70%에 달했다. SNS의 활성화로 인한 소비행태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손부족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상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서비스 가격의 상승은 뚜렷한 편이다. 젊은층의 소비활력 여하에 따라 일본경제의 개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의 키노시타 토모오씨는 "디플레이션 탈피는 유토리세대의 소비동향이 관건"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모르는 세대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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