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등 고수익고위험 운용 계획…경험 부족에 손실 불가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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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은행 주가 고점대비 34% 폭락…국채 수익률 기대할 수 없어

"유초은행(일본 우체국은행/영문명 : Japan Post Bank)이 위험하다."

일본정부가 6개월 전 민영화를 단행한 유초은행은 간포생명, 일본우편과 더불어 일본우정 자회사 중 하나다.

유초라는 이름은 우체국저금에서 우편의 郵(우, 일본발음: 유)와 저금의 貯(저, 일본발음: 초)를 따왔다.

일견 유치해 보이는 이름과 달리 자산규모로는 200조엔(한화 2060조)에 달하는 메가뱅크이다. 우리나라의 5대 금융그룹인 우리, 신한, 하나, 국민, 농협의 자산규모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지난해 11월 4일 일본정부는 일본우정과 유초은행, 간포생명의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상장효과로 노린 것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현금 투자를 유도해 경기부양을 꾀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같은 일본정부의 시나리오는 일견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상장 과정에서 12조엔(약 128조원)의 투자자금이 몰렸고 이중 개인투자자는 180만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단행하면서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추락하자 그 여파로 유초은행의 주가는 상장 이후 최고점대비 34%나 폭락했다. 상장가인 1450엔과 비교해도 20%넘게 밀렸다.

유초은행의 주가가 이렇듯 맥을 못추는 이유는 이 은행이 운용하는 자산의 절반 정도가 바로 일본 국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유초은행의 기업공개로 풀린 주식 공모로 수익을 노렸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현금을 지불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기업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현금 자산을 운용하게 만들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에 맡겨진 10조 엔의 자금에만 적용된다.

게다가 10조 엔의 자금 중 8조 엔은 바로 유초은행이 맡긴 자금이다. 유초은행은 대출영업이 허용되지 않은 은행이므로 마이너스 금리로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맡긴 돈을 적극적으로 대출할 것이라는 효과가 나오기 어려운 포트폴리오다.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은 마치 금융경제의 마지막 숨을 지탱하는 호흡기를 떼내는 것과 같은 극약처방이다. 그에 대한 부작용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이 일본 최대 메가뱅크인 유초은행이다.

비단 국채 운용 수익률 저하 문제만이 아니다.

일본 우정그룹의 한 관계자는 "더이상 국채운용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주식이나 부동산 펀드 등을 운용해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절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던 관영은행의 스탠스가 180도 바뀌는 셈이다.

문제는 국채 이외에는 마땅한 투자처도 대출을 실행한 적도 없던 유초은행이 주식 운용 등을 위한 인력이나 노하우가 축척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권 관계자들은 "운용 경험이 많은 우수한 펀드 매니저라도 500억엔 정도가 한계로 유초은행은 향후 수십조엔 규모를 운용해야 함으로 대규모의 우수한 운용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인력 규모나 실력면에서 아마추어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유초은행의 주식이나 부동산 펀드 운용에 우려 섞엔 목소리를 쏟아냈다.

절대 안전하다고 믿었던 유초은행이 운용수익에서 수조엔 규모의 손실을 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일반 예금주들이 받는 충격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패닉에 가까운 인출사태가 벌어질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경제금융전문 기자는 "실제로 연금 적립금 관리 운용 독립 행정 법인(GPIF)은 주가 하락으로 10조엔 가까운 손실을 내고 있다고 본다"며 "연금 보험료는 인출이 불가능하지만 유초은행의 운용 손실 위험성이 알려지면 계좌를 해지하는 사람이 속출 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도 위기 직전의 그리스에서 처럼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예금 인출을 위해 ATM기에 줄지어 하루에도 수조엔의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유초은행은 극단적으로 예금 인출 제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6일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는 정확히 말하면 시중 은행이 일본 은행에 돈을 맡긴 당좌 예금 금리를 말한다.

현재 예금 잔액은 약 220조엔. 그동안 이 계좌에는 0.1%의 이자가 붙어 시중 은행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2200억엔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불로소득을 매년 2200억엔씩 올렸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수수료로 그만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예금의 일부지만 앞으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의 폭을 늘리거나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예금의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높다. 유로권은 이미 0.3%, 덴마크에 와서는 0.65%의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초은행을 비롯한 일본의 시중은행들은 저금리로 돈을 모아 그 돈으로 국채를 사거나 일본 은행의 당좌 예금에 돈을 맡겨 수익을 챙겨왔지만 이런 '마진 비지니스'에 의존한 은행들은 더이상 살아 남을 수 없는 구조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은행의 칼날을 온 몸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국민들이 '절대안전'하다고 믿는 유초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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