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Getty Image Bank>

3년 연속 기본급 인상했지만 작년 인상폭 크게 하회
"글로벌 경제 상황 불확실"...계열사간 임금격차도 감안
주가 하락 및 엔화 강세 등으로 사업 환경 악화도 영향

2016년 일본 대기업들의 춘투 결과에 답변한 '집중 회답일'인 지난 16일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본내 주요기업들과 마찬가지로 3년 연속으로 기본급을 인상하는 '베이스 업'을 실시했지만 인상폭은 회사 경영진의 의도나 정책을 반영해 작년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인상폭이었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도요타는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월급) 인상 폭인 3,000엔의 절반인 1,500엔(약 1만 6천 원) 인상 안을 통보했다.

이는 인상 금액 기준으로 2014년의 2,700엔(노조 요구액 4,000엔)과 작년의 4,000엔(노조 요구액 6,000엔)을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최근 3년 사이 최저 인상폭이다.

반면, 이같은 임금 인상안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도요타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한 경차 메이커 다이하츠 공업이다. 일본 자동차의 춘투는 집중 회답일 수일 전에 도요타의 노사 합의 임금협상안이 업계에 통보되고, 각 자동차 메이커가 각자의 규모나 업적에 따라 도요타의 수준을 밑도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이번 춘투에서는 도요타의 임금인상 요구액의 절반, 즉 전년의 3분의 1수준으로 맞춰나갈 예정이었지만 다이하츠가 도요타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임금인상에 불협화음이 발생 한 것이다.

도요타는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매출 27조5,000억엔, 순이익 2조2,500억엔을 예상하고 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0엔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 약세 효과를 본 데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북미 시장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 폭을 대폭 낮춘 것은 최근 3개월간 환율 수준이 심상치 않고, 중국과 남미 등 신흥국 경제 불안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노사협상 자리에서 "경영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노조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적으로도 도요타의 임금인상안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내건 아베 정권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경제계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관제춘투'를 벌였다. 부흥특별법인세를 1년 앞당겨 폐지하거나 법인세율 인하 등 경제계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해 임금인상을 유도했었다. 2016년에도 지난해에 이어 임금인상을 요구했으나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흐름이 완전히 바꼈다. 실적악화 우려로 3대 메가 뱅크가 잇따라 임금인상을 보류한 것이다.

이전에는 춘투시장의 선도 역할을 해온 도요타에 대해 정부가 임금인상 압력을 높여왔지만, 일본은행의 정책으로 인해 대형은행이 임금인상을 포기하자 정부의 요구대로 임금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도요타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또한 임금격차 조정 문제도 도요타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도요타 노조측은 자동차 그룹 계열사의 임금을 올려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상요구를 전년의 절반 수준인 3,000엔으로 억제했다. 도요타가 실적호조 등을 이유로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실시할 경우, 그룹 계열사의 임금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도요타도 덴소나 아이신 정기(정밀기기) 등 그룹의 부품 메이커에 대해 도요타와 동등한 수준인 1,500엔 인상안을 용인 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차 메이커인 다이하츠가 기본급 인상을 1,500엔으로 타결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인상폭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본내 경차 판매 침체로 다이하츠의 2016년 3월기의 연결결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나 줄어든 800억엔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후지중공업이 기본급 인상안을 1300엔으로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와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인상을 단행한 것은 다이하츠 경영진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8월 다이하츠는 도요타의 완전 자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자동차 전문 기자는 "도요타가 다이하츠의 주식을 전량 매수해 완전 자회사 하기로 결정한 만큼 다이하츠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꺽긴 상태다. 전직을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도요타 경영진은 도요타의 자회사가 되면 임금도 도요타 수준으로 오르는 것을 보여줘 사기 진작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내 경차 메이커 라이벌인 스즈키는 일본내 자동차 메이커로는 가장 늦게 다이하츠 보다 300엔 낮은 1200엔에 기본급 인상을 타결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는 마치 짜고 친 것처럼 동일한 금액으로 인상을 해왔지만 다이하츠가 1,500엔의 높은 수준으로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노사간의 협상이 길어진 탓이다.

또한 다이하츠와 스즈키가 각자의 사정으로 인상 수준이 높아져 혼다와 미쓰비시 자동차가 1,100엔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 되었다.

혼다의 경우 2016년 3월기의 영업이익은 늘어날 전망이지만 국내 사업 부진 영향을 임금에 반영 시켰다.

닛산 자동차는 월 3000엔 상승이라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닛산 측은 설명하지만, 닛산도 작년 임금 상승분인 5,000엔은 밑도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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