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중장년 미혼자, 부모와 동거비중 높아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장년 미혼동거자 60% 부모수입에 의존해 생활
부모 간병위해 퇴사···나이들수록 사회복귀 어려워

일본에서 40~50대가 되도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 수가 늘면서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동거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부모수입에 의존하는 사람이 60%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무렵부터다. 2015년 기준 만 50세까지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생애미혼율은 남성의 경우 23.5%, 여성이 14.7%에 달한다. 20년이 넘는 장기불황을 고스란히 경험한 지금의 40~50대 미혼남녀는 '생애미혼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생애미혼 1세대들이 부모와의 동거를 선택하는 '미혼동거'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미혼이라도 부모와의 동거가 드물던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1995년 국세(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40~50대 '미혼독신자' 수는 120만명, '미혼동거자' 수는 112만명으로 '미혼독신자' 수가 더 많았지만 2010년 조사에서는 '미혼독신자'가 206만명, '미혼동거자'가 263만명으로 불과 5년만에 오히려 미혼동거자 수가 미혼독신자 수를 웃돌았다. 40~50대 인구의 약 10%정도에 해당되는 수치다.

부모와 함께 동거하는 한 40대 남성은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상식에 영합하고 싶지 않다"며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식업에 종사하는 정규직이었지만 몇년 전 은퇴하고 지금은 자영업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같이 결혼이나 가족에 대한 관념은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미혼동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미혼동거자의 실태를 깊게 들여다보면 한가로이 개개인의 관념차이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미즈호 정보종합연구소의 후지모리 카츠히코 수석연구원이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부모와 형제들과 동거하는 40~50대 미혼자 중 남성의 40%, 여성의 60%는 주요 생계유지자를 '부모'라고 답했다. 또한 연수입 100만엔 미만의 비율은 남성이 25%, 여성은 38%에 달했다. 동세대의 미혼독신자들에 비해 정규직 비율이 낮고, 무직이 많은 셈이다.

현재 40~50대는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되던 시기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세대다. 1990년대 초반 고성장을 거듭하던 일본경제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져들자 일본기업들도 앞다투어 채용규모를 축소하는 등 살아남기위해 몸부림쳤다. 일본 통계청의 유효구인배율 추이를 보면 1991년 1.34배에서 1999년 0.49배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구직자는 100명인데 일자리는 49개밖에 없었다는 얘기로 당시 얼마나 고용한파가 얼마나 매서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에는 극심한 취업난에 구직포기자가 속출했었다.

또한, 이시기에는 일본정부가 버블경제 붕괴로 장기불황에 빠진 기업들의 경비 절감을 위해 '노동자 파견법' 일명 '파견사원제'를 적극 도입하면서 일자리의 질이 매우 낮은 비정규직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되던 때와 맞물린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15년 7-9월 사이에 실시한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유로 '정규직으로 일할 곳이 없어서' 라고 응답한 비율이 35-44세의 경우 45.2%, 45-54세에서는 46.9%에 달했다.

2015년 기준 기업 등에 고용돼 있는 35-44세의 노동인구는 약 1천330만 명으로 이중 약 39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전체 노동인구의 약 20%가 이들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들 히키코모리의 출현은 버블경제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히키코모리가 되는 원인 중 대부분은 직장 적응 실패나 취직실패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낮은 취업률과 질낮은 일자리는 미혼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 총무성이 2012년 취업구조 기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수입이 낮은 남성일 수록 미혼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수입 200만엔 미만의 워킹푸어 계층의 경우 미혼율은 60%에 달한 반면 연수입 800만엔 이상의 고소득자의 경우 미혼율은 10%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삼포세대'가 극심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듯이 일본의 '히키코모리'도 취업실패로 인해 연애와 결혼까지 포기하게 되는 삶을 강요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미혼동거' 증가가 심각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미혼인채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부모를 부양하는 부양 목적의 동거보다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수입에 의존해 동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혼동거'가 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부모세대의 고령화로 인한 '개호(介護·노인 및 환자를 간병, 간호)' 문제다. 후지모리 수석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무직의 미혼동거자 중 남성 21%, 여성의 37%가 부모와의 동거 이유로 개호를 들었다.

사이타마 현에 사는 40대 여성은 20대 때 어머니가 쓰러져 정규직 직장을 그만뒀다. 외동딸이던 자신이 개호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지만, 40대가 되고 나니 아버지도 병져 누우며 파견직을 전전하면서 부모를 보살펴왔다. 그녀는 "부모의 연금을 빼먹는다는 사람이 있다지만 그것은 남 얘기다. 생활은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매일 예금잔고에 신경쓰며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의 사례와 같이 미혼자가 결혼한 형제자매 들보다 부모를 돌보게 되는 경우가 많고 개호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대부분 부모의 연금에 의지해 생활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이미 자신도 나이가 들어 사회에 복귀하기 슆지 않아 결국 빈곤의 나락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취업난, 개호, 저소득, 부모 부양 등 미혼동거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된 것은 한번이라도 사회라는 레일에서 벗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키기에는 너무도 힘들다는 것이다.

미즈호 정보종합연구소의 분석 결과에서 보듯 부모의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40~50대 중장년 미혼자 중 절반가까이는 정상적인 사회복구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건강하던 부모가 병에 걸리거나 죽고나면 가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된다. 

부모를 간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만 했던 한 50대 남성은 "부모가 죽고나면 남는게 하나도 없다. 오로지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계속 일을 하고 싶지만 정규직의 벽은 높기만 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이 한스럽다"며 자신을 저버린 일본사회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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