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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꺼지고 난 후...'늙은 자식 돌보는 나이먹은 부모들' 
거품이 꺼지고 난 후...'늙은 자식 돌보는 나이먹은 부모들' 
80대 노부모가 50대 자식 부양···고령화·취업난·장기불황 등 구조적 문제 얽혀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4.29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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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80대 어머니와 50대 딸이 추위와 영양 부족으로 사망한 채 방치되었다가 발견됐다. 50대 딸은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가 되었으며, 30년 가까이 외부 출입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남편을 일찍 여읜 어머니는 평생 일을 해서 딸의 생활을 지원했고, 퇴직한 후에는 연금으로 딸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먼저 사망하자, 장례도 치르지 못한 딸은 전기가 끊기고 음식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망했다. 통장에는 9만엔이 남아 있었지만 외부 출입을 끊고 의지할 곳도 없던 딸은 그 돈을 인출하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 한 채 자연사했다. 

일본의 연금수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연금수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0대의 부모와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동거 중인 50대 자녀의 문제를 ‘8050문제’라고 부르는데, 위의 사례처럼 히키코모리의 고령화는 일본의 큰 사회 문제다. 경제적 약자며, 사회적으로도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80대의 노부모가,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40-50대의 장년층 자녀를 돌보는 경우, 부모가 사망하면 자식이 아사하거나 동반자살을 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도쿄에서 육아 도우미로 일하는 가사이 시즈코 씨(笠井志津子·60)는 60대 남편, 40대의 장남과 동거 중이다. 40대 장남이 대학을 졸업하던 해 일본은 취업빙하기로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마침 90년대 말, 인터넷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장남은 IT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프로그래머의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3년을 채우지 못 한채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입사할 곳을 찾지 못해, 집 주변의 빵공장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한 장남은 이번에는 괌을 찾았다. 친척이 일하는 호텔에서 새로운 꿈을 일궈보고자 큰 맘 먹고 떠난 것이다. 그러나 괌에서도 3년을 버티지 못했고, 도쿄로 돌아온 후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가사이 씨에 따르면 장남은 5년 가까이 집 안에서 게임을 하고 지낸다고 한다. 외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편의점에 가는 수준이며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전철이나 버스 등을 이용해 외출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남편도 일을 하고 나도 일을 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지만, 자신들이 나이가 들면 아들은 어찌 될 지 걱정”이라고 한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도 장남의 부양을 받을 일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만 언제까지 아들을 부양해야 할 지가 제일 큰 고민이다. 나이가 들수록 취업은 어려워지고, 경력에 빈 틈이 생길 수록 원하는 회사에 지원하기도 힘들어진다. 가사이 씨의 바람은 어서 아들이 독립해서 집을 나가는 것이다. 결혼도 하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한다.

'8050문제'는 일본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발생한 문제다. 먼저 히키코모리의 고령화다. 내각부 조사로 39세 이하의 히키코모리는 54만명(2016년)으로 평균 11년간 고립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장기 고립이 부각되면서 50대 히키코모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립을 자처하는 상황은 제각기 다르지만, 등교 거부 후 히키코모리가 되거나, 직장내 인간관계 문제로 히키코모리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한 번 고립된 상태에 빠지면 밖으로 나올 계기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최근의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고령자 세대의 대거 은퇴가 고용 확대로 이어졌을 뿐이다. 90년대-2000년대에 대학 또는 고교를 졸업한 이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했고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생활한다. 적은 임금과 불안정한 직장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어려우며, 직장을 잃게 되면 경제력을 잃고 나이만 먹게 된다. 

1990년대 초는 거품 경제가 붕괴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렸다. 1994년에는 대졸자 취업률이 70.5%에 그쳐 지난 51년이후 최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했고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생활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의 부모 세대는 충분한 연금을 받는 세대지만, 현재 30-40대가 나이가 들어 연금을 수령할 시기에는 충분한 연금을 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듯, '8050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불경기로 인한 취업난으로 일본의 젊은이들은 비혼을 선택하게 되었고, 독립해서 살기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거품경제로 달려가던 1980년 부모와 동거하는 30대는 5%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는 17%로 그 3배에 달한다.

한때 히키코모리는 젊은층만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세대에 히키코모리가 존재하며, 나아가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시 되고 있다. ‘성인 히키코모리-사실은 집 밖으로 나갈 이유를 찾는 사람들’의 저자인 이케가미 마사키(池上正樹)氏는 “80년대 후반 거품 경제 붕괴와 2000년 리먼 쇼크가 '8050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경제를 강타한 두차례의 거듭된 금융위기로 종신고용이 무너지고, 파견사원이란 비정규직이 등장하면서 기업의 해고가 자유로워지는 등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극심한 취업난으로 히키코모리가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이 초래된 탓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65세이상 노인인구가 급증한 것도 8050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이타마 현에 사는 40대 여성은 20대 때 어머니가 쓰러져 정규직 직장을 그만뒀다. 외동딸이던 자신이 간호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지만, 40대가 되고 나니 아버지마저 병들어 눕게 돼, 파견직을 전전하면서 병수발을 하고 있다. 그녀는 "부모의 연금을 빼먹는다는 사람이 있다지만 그것은 남 얘기다. 생활은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매일 예금잔고에 신경쓰며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도 한 번 길을 잘 못 들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안전망’이 부족한 점이 '8050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도쿄의 8개의 구는 '히키코모리 가족모임'을 결성할 예정이다. 히키코모리의 상담 및 사회진출을 위한 지원과 정보 공유가 목적이다. 이케가미氏는 '8050문제'를 7040선, 6030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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