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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그림자, ‘老老간병’의 끝
초고령사회의 그림자, ‘老老간병’의 끝
외국인기능실습생제도에 개호(介護)직종 추가···간병인 부족문제 해결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5.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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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넘는 사회를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1%를 초월하면 ‘초고령사회’라 이름 붙였다. 일본은 1970년대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1995년에 ‘고령사회’, 2007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7.3%로 국민 3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초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고령자의 '건강' 문제다. 고령자의 건강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건강·간병보험 등의 복지제도와 입소형 요양원, 일일돌봄형 케어센터 등, 다양한 간병서비스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급격한 고령하로 인해 간병시설이나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핵가족화로 인해 고령의 부부가 서로를 돌보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노노(老老)간병'이란 신조어마저 탄생하는가 하면, '노노간병'으로 인한 체력적 소모가 '간병살인'으로 까지 이어지지고 있다.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고령의 자녀가 몸이 아픈 고령의 부모를 돌보거나, 고령의 부부가 몸이 불편한 아내 또는 남편을 돌보는 '노노간병'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고령의 자녀가 몸이 아픈 고령의 부모를 돌보거나, 고령의 부부가 몸이 불편한 아내 또는 남편을 돌보는 '노노간병'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년 전인 2016년 사이타마(埼玉)에서는 80대 남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3년간 간병하다 지쳐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편은 아내 살해 후, 단식으로 죽음을 택했다. 지난해 4월에는 구마모토(熊本)에 사는 73세 남편이 아내의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남편은 간병에 지쳐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고 인정했으며, 74세인 아내는 그 사건 직후 숨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나고야(名古屋)에서 79세 아내를 7년간 간병해온 80세 남편이 청부살인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회부됐는데, 용의자인 남편의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일본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뇌경색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간병지원2급'으로 분류된 남편이 자신보다 건강하지 못한 아내를 간병하며 7년을 버텨온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그는, 아내가 2010년부터 류마티스와 신부전증으로 인공투석을 실시하는 동안 혼자 집안일과 간병을 도맡았으며, 아내 간병이 일상생활의 90%를 차지했다고 증언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내가 무릎 수술을 한 후로는 하루 3-4번씩 거즈를 교환했고, 아프다는 아내를 찜찔하기 위해 밤을 새는 일도 잦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의 실낱같던 삶에 대한 희망은 지난해 10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의사는 체력을 이유로 재수술이 어렵다고 전했고, 그 말에 큰 쇼크를 받은 아내는 남편에게 고통을 끊어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아내의 선택을 존중한 남편은 아내를 살해한 후, 즉시 경찰에 자수, 살인미수 용의로 체포된 것이다. 

올해 3월 판사는 "동정의 여지가 크며 비난 정도는 한정적"이라고 지적하고, 피고가 자수한 일, 간병 케어매니저와 이웃주민들의 헌신적인 남편의 간병생활에 대한 증언 그리고 325통에 달하는 이웃들의 탄원서 등을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간병을 하는 사람이 65세 이상인 비율은 54.7%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노노간병이 간병살인 등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간병시설 및 인원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지만, 다가오는 2025년에는 대략 38만 명의 간병인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간병인이란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일상생활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개호복지사(介護福祉士)란 자격을 가진 전문인력으로, 병원에서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운동을 제안하고, 몸이 불편한 고령자의 집을 방문해 일생생활을 돕거나 요양원에 고용되어 고령자를 돌보는 사람들을 칭한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간병 인력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1월 외국인에 개호(介護)직을 개방키로 방침을 정하고 외국인기능실습제도에 개호직종을 추가한 바 있다. 13일 아사히 신문은 외국인기능실습제도 감독기관인 '외국인기능실습기구'가 처음으로 외국인실습생 수용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첫 개호직 외국인실습생은 중국인 여성 2명으로, 입국 수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6월에 일본에 입국할 예정이다. 신문은 앞으로도 중국 및 동남아 각국의 간병실습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노간병>
'노노간병', '노노개호'는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고령의 자녀가 몸이 아픈 고령의 부모를 돌보거나, 고령의 부부가 몸이 불편한 아내 또는 남편을 돌보는 일을 일컫는다.

<외국인기능실습제도>
1993년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발전을 꾀하기 위해 일본의 기능·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이전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로, 외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에 와서 일본의 기능·기술을 배워가도록 하는 제도이다. 농업 및 건설업에서 현재 26만명의 외국인기능실습생이 일하고 있으며, 일본은 올해부터 간병실습생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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