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하이오에 셀 공장 설립 등 '제2 반도체'에 적극 투자
"올 하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 급성장...실적 개선" 전망

LG화학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신학철 부회장이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 셀 공장 설립에 들어가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술 보안을 중시하는 LG화학은 그동안 외부 합작투자에는 소극적이었으나, 신 부회장은 배터리 산업을 위해 과감하게 GM과 손을 잡고 투자에 나섰다.

신 부회장은 3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을 지낸 인물로 70년 역사를 가진 LG화학 최초의 외부인 출신 CEO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며 대한민국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생태계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 담론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배터리 사업을 LG화학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상생협력을 이룬다는 게 신 부회장의 비전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4월 소·부·장 분야 협력사들이 국산화와 신제품 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432억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는가 하면 협력업체를 직접 방문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진수 전 부회장이 2010년 출범시킨 ‘LG화학 동반성장추진위원회’도 이어받아 가동 중이다.또한 2024년 글로벌 톱5 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구광모 회장이 추진하는 연구개발(R&D) 투자와 혁신 전략에도 충실히 호흡을 맞추고 나섰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의 주도 하에 사업구조를 배터리 중심회사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 있다. 배터리 사업이 성공해야 2024년까지 매출 59조원에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에 오르는 화학부문 글로벌 강자로 등극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2018년 말 신임 CEO에 내정된 신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되자마자 한 해 동안 R&D분야 투자에만 1조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6200명까지 확대하는 등 현재 LG화학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는 오는 2024년까지 30%대로 낮추고, 차량 배터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전지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인 약 31조원을 벌어들인다는 게 신 부회장의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와 중국 시장 매출비중을 현재 70%에서 절반 이하로 낮추는 대신 현재 20% 수준인 미국과 유럽 지역 매출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GM과의 합작투자 역시 미국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동률이 떨어져 있는 폴란드 EV(전기차) 공장 가동률도 올 상반기 정상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전략을 올레드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작업도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유니버셜디스플레이와 올레드 발광층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같은 해 4월에는 다국적 화학회사 듀폰의 올레드기판 재료기술인 ‘솔루블 올레드’ 기술을 양수하기도 했다.

다만 LG화학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올레드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도 아직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 신 부회장의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유럽 등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성장으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LG화학 목표주가를 37만원에서 40만원으로 높이고, 투자의견은 매수(BUY)를 유지했다.

황 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 유럽 전기차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며 “LG화학은 폴란드 공장 수율 안정화작업, 공장 증설 등을 통해 전기차배터리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부문의 원가 하락도 실적 개선의 요인”이라며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3%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로 LG화학의 재도약을 꿈꾸는 신 부회장의 승부수가 어떤 성과를 낼지 시장과 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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