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최종결정까지 변론 등 절차 못거쳐
재계 "소송 방향성 결정...SK 합의 나설 듯"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전이 LG화학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날 결정은 전체 소송 6건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예비판결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1월 ITC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오는 10월로 다가온 최종결정까지 SK이노베이션은 변론 등 절차를 거칠 수 없게 됐다. LG화학이 승소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조기패소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은 소송 과정에서 발견된 SK이노베이션의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모독행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LG화학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제기 직후 SK이노베이션측은 이메일을 통한 소송 증거자료 삭제를 지시하는가 하면 3만4000개 파일과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게 ITC의 판단이다.

추후 배터리 소송전에서도 이번 판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비밀침해, 특허침해 등 2건의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나온 중간결과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부터 2019년까지 ITC 통계자료를 보면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경우 ITC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이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으며, 결과가 뒤집힌 예는 한 건도 없었다. 최종 결정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SK측에서는 배터리 부품 등의 수입이 금지되므로 사실상 생산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이에 대해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한다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진행된 삼성과 애플의 '3G 이동통신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한 ITC의 결정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불복한 예가 있다.

USTR이 내세운 명분은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과 '공공의 이익'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완료된 약 600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이 1건 뿐이다. 소송 진행이 일시 중단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서도 LG화학이 승소한다면 SK는 배터리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해야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조원 추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발목을 잡히게 된 것.

LG화학 관계자는 “조기패소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측은 “아직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지 못해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우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결정문 검토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지만,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합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들의 추격이 거센 만큼 장기 소송전은 LG화학으로서도 부담이 된다는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ITC 조기패소 판결로 어느 정도 소송의 방향성이 결정된 만큼 SK 측이 합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LG화학도 합의를 위한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둔 만큼 실무진 간 물밑 접촉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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