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조기패소' SK이노, 최종 판결 前 합의 시도 전망
일각선 "LG화학 요구 사안 반영 정도가 관건" 분석

SK이노베이션(SK이노)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기패소 결정 이후 LG화학과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 캐머런 엘리엇 행정판사(ALJ)는 지난 14일 배터리 특허와 관련된 LG화학의 조기패소 요청을 용인하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자동차 배터리 특허를 둘러싼 국내 기업 간의 소송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SK이노 측 변호대리인은 약 10일 후인 23일 ITC측에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SK이노는 신청서 제출 기한을 오는 28일까지로 연장해 달라는 요구서도 함께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미국 특허쟁송실무에 관한 연구'에는 ITC는 소송 당사자가 심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ALJ의 예비판결에서 불리하게 결정된 모든 쟁점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SK이노 측 변호대리인은 "135페이지에 달하는 결정문을 18일 오후에야 받아봤기 때문에 기존 25일까지 기한은 너무 짧다"고 주장했다. ITC는 오는 25일까지였던 재심 청구 시한을 다음달 3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충분한 대응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SK이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이노가 재심을 준비하는 동시에 LG화학과의 합의를 위한 접촉도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해당 요구서에서 SK이노측 대리인은 시한 연장의 필요성과 사안의 중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결정은 “SK이노가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과 연루된 막대한 투자나 일자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부분은 SK이노가 미국의 경제에 보탬이 되는 부분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가 패소하면 단순히 자사뿐만 아니라 미국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는 해석이다.

SK이노는 2018년 말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연간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내년 하반기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나면 양산 시기는 2022년 초로 예상된다.

SK이노는 지난달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을 고려해 단계별로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1차 투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연내 추가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2공장 설립 계획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과거 특혜 침해 소송 판례로 볼 때 합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이노로부터 미국 내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받거나 특허 구매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분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예비 결정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힌 사례는 지난 1996년부터 25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재심을 청구하고 기다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유사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중국 배터리 기업 ATL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소송을 벌이며 ITC 제소까지 갔다. 하지만 결국은 ATL로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매 출액의 3%를 매년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분쟁을 조기에 끝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대안으로 SK이노가 LG화학의 관련 특허에 대한 구매비용을 지불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허 구매 비용은 5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그동안 발을 빼고 있던 산업부의 역할론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산업부는 특정 기업의 편을 든다는 논란 때문에 특허 분쟁 등에 대한 개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LG화학과 SK이노는 둘 다 미래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어 한쪽이 완벽하게 패소한다면 정부로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

다만 LG화학이 일차적으로 승세를 잡은 만큼 합의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화학은 합의의 조건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 △공개사과 △손해배상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으로서는 굳이 합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LG화학의 요구 사안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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