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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시골 마을에서 두 청년이 빨간 팬티 전문점을 연 사연
日시골 마을에서 두 청년이 빨간 팬티 전문점을 연 사연
빨간 팬티 하나에 올인한 20대 청년과, 이들을 응원하는 시골 마을 이야기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11.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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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중요한 날엔 빨간 팬티지!”
“부적처럼 입고 다니세요”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간사이(関西)에 살던 청년 두 명이 미야기(宮城) 현의 마루모리(丸森) 마을에 들어와 ‘빨간 팬티’ 전문점을 열었다. 중요한 미팅이나 약속이 있는 날 응원이 필요한 사람, 매일매일이 경쟁인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필수 아이템이라는 빨간 팬티. 20대 청년들이 도호쿠(東北) 지방의 시골 마을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며, 왜 하필 빨간 팬티인 걸까.

‘메멘토’에는 명품 속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로고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 빨간팬티 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br>
‘메멘토’에는 명품 속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로고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 빨간팬티 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

이들이 11월부터 팔기 시작한 상품은 ‘메멘토(memento)’ 라는 이름의 속옷이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저희는 빨간색만을 고집합니다”라는 소개 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정열과 승리를 상징하는 색깔이라는 빨간색 팬티, 그것도 복서 팬티만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신축성 높은 옷감을 사용해 사이즈도 프리 사이즈 단 하나다. “언제나 앞을 향해”라는 의미를 담아 앞뒤 구분도 없앤 덕에 입을 때 망설일 필요도 없단다.

‘메멘토’에는 명품 속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로고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팬티를 착용한 사람만이 알 수 있도록 허벅지 안쪽 부분에 검은 글씨로 문구가 프린트되어 있다. 라틴어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생각하다’ 라는 뜻이다. 위아래를 거꾸로 놓고 보면 ‘메멘토 비브레(memento vivere)’, 즉 ‘삶을 생각하다’라고도 읽히는 문구다. 

무엇인가에 도전하기 전,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팬티에 새겨진 글자를 눈으로 읽는다. 인생은 유한하다. 집중하라. 자신에게 솔직하라. 이러한 응원을 담아 기운을 북돋아주는 팬티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신체의 중요 부분을 지키는 것 뿐 아니라 ‘입는 에너지원’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 대중의 의식을 바꾸겠다는 컨셉이다. 

중요한 날, 메멘토가 부적과 같은 존재로 자신감과 기운을 북돋아준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미지: 빨간팬티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br>
중요한 날, 메멘토가 부적과 같은 존재로 자신감과 기운을 북돋아준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미지: 빨간팬티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

빨간 팬티를 만든 이들은 교토(京都)시 출신의 스물여섯 동갑내기 다카노 신이치(高野真一) 씨와 도요다 다쿠야(豊田拓弥) 씨다. 이들을 취재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노 씨는 오사카(大阪)에서 웹마케팅 일을, 도요타 씨는 경영 컨설턴트 회사 사원으로 일했다. 다카노 씨는 언젠가는 사업가로 일할 날을 손꼽아왔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도요타 씨와 작년 재회한 후 미래의 꿈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다카노 씨가 경영 공부 차 주말을 이용해 속옷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번쩍하는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어르신 선물용으로 빨간 팬티가 이렇게 인기라니. 세련된 빨간 팬티를 만들면 보다 넓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마침 그 시기에 접한 것이 마루모리 마을의 창업가 모집 안내 공고였다. 마을 내에서 회사를 세우고 고용을 창출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기 원하는 이들을 양성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창업을 원하는 이들을 ‘지역살리기 협력대원’으로 3년간 위촉해 월 20만엔 씩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에서 판매하는 것은 오로지 빨간색 복서 팬티 프리사이즈 하나다. s사이즈부터 4XL사이즈까지 모두 커버하는 신축성을 지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미지: 빨간팬티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br>
회사에서 판매하는 것은 오로지 빨간색 복서 팬티 프리사이즈 하나다. s사이즈부터 4XL사이즈까지 모두 커버하는 신축성을 지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미지: 빨간팬티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

사실 이들에게 있어 ‘마루모리’ 마을은 감을 잡을 수도 없는 낯선 곳이었다. 작년 10월, 다카노 씨와 도요타 씨는 미야기 현 남단에 위치한 이곳 마을을 처음으로 찾았다. 안내를 위해 마중 나온 마을 상공관광과 요코야마(横山) 씨로부터 “마루모리에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사업을 펼쳐 달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인구 1만 4천명, 고령화 비율 39.3%에 달하는 마을.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났다.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는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까지 입었다. 다카노 씨는 “이런 시골 마을에서야말로 도전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웬 팬티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요코야마 씨도 “청년들이 자극제가 되어 자신감을 잃었던 마을 사람들이 한 발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갖게 됐다. 

이들은 각자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올해 4월 마루모리의 낡은 민가로 이사 온 뒤 5월에 회사를 세웠다. 꿈은 크고 갈 길은 멀다. 100장이 넘는 팬티를 사다 모아 날마다 연구를 거듭했다. 수십 군데의 의류 제조업체에 상담 메일을 보내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에 “재밌는 아이템”이라는 회사가 결국 나타나 OEM 계약을 맺게 됐다. 제조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제조도 담당하고 있는 중국 공장이 맡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아래로 ‘디자인드 인 마루모리’가 보인다. (이미지: 빨간팬티전문점 ‘자밀라’ 홈페이지)

세금을 포함해 가격은 3,600엔. 현재는 인터넷 통신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소매점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감사하게도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대량으로 팬티를 사주기도 했단다. 

‘Designed In Marumori’

세탁 표시 라벨에 쓰여진 문구다. 자신들을 받아주고 응원해준 마을 사람들에게 한 없는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자못 엉뚱하기까지 한 이들의 도전은 마루모리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한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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