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사토미의 우산'. 도쿄메트로(도쿄지하철주식회사)가 인기 여배우 '이시하라 사토미(石原さとみ)'를 기용해 실시 중인 광고캠페인 'find my Tokyo'에서 소개된 직후 유명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우산이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우산을 찾아보자'라는 컨셉으로 지난 봄 방영된 이 캠페인은 이시하라 사토미의 상큼한 매력에 화려한 우산들이 어우러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캠페인이 전파를 탄 후 도쿄메트로에 우산의 구입 문의가 쇄도했을 정도다.

우산·양산 전문점 ‘코시라에르(Coci la elle)’내부. 한폭의 수채화 같은 우산들이 제각기 다른 색과 빛을 띤 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가게 안에는 어느 하나 똑같은 우산이 없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개성 가득해 고르기가 쉽지 않다. (사진=김민정기자)

이 우산은 도쿄의 기요스미시라카와(清澄白河)에 위치한 우산·양산 전문점 ‘코시라에르(Coci la elle)’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어로 ‘장만하다’, ‘준비하다’의 뜻을 가진 이름의 가게에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우산들이 제각기 다른 색과 빛을 띤 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어느 하나 똑같은 우산이 없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개성 가득해 고르기가 쉽지 않다. 우산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자수를 해 넣는 코시라에르의 오너이자 우산 디자이너 히가시 치카씨를 만났다.

1981년생 우산 디자이너 히가시 치카씨.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제 값에 팔자는 그녀의 의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진=김민정기자)

Q 가게는 언제 문을 열었나요?

2010년에 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우산에 그림을 그려봤는데, 그 때 “이거다!” 싶어서 아뜰리에를 빌리고, 우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Q 가게를 연 직후엔 어떤 반응이 많았는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야말로 '파리 날리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SNS를 통해 선전을 했어요. 그리고 2010년 여름, 국립신미술관의 판매전에 출품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Q 우산에 그려진 그림들이 마치 수채화처럼 화려하고 은은하며 아름답습니다. 왜 캔버스가 아니라 우산이어야 했는지?

회화들을 보면, 우산이나 양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상하게도 우산이나 양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무척 매력이 있어 보여요. 우산이나 양산이 있는 풍경을 동경하다보니, 제가 실제로 우산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된 것이죠.

Q 올 봄 도쿄메트로의 'find my Tokyo'에 나오고 난 뒤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던데?

방영된 후, 손님이 두 배쯤 증가했습니다. 남성 고객도 늘었고요. 현재 손님은 10대 후반부터 7-80대까지 폭넓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큰맘 먹고 사러 오는가 하면, 나이가 드신 분들이 은퇴 후에 찾아오시기도 합니다. 물론 패션 감각을 추구하는 젊은층들도 자주 찾아 옵니다. 여성 고객이 약 80%, 남성 고객이 20%며, 남성분들은 주로 아내나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용으로 사가시는 경우가 많아요.

Q 디자이너로 활약하게 되신 계기는?

도쿄의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한 후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취업을 할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디자이너의 소개로 패션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서 출판사를 찾아가기도 했는데, 거절 당했어요. 그때서야 재능이 없구나 싶은 마음에 취직을 결정했지요. 그래서 니트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Q 니트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하신 건가요?

니트 회사에 다니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 남성과는 결별하게 되었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파견 사원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웠는데, 큰 회사의 안내직이었어요. 안내 데스크에 앉아서 하루 종일을 보냈는데 무료해서 그림을 그렸다가 혼이 나기도 하고, 졸다가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이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일손을 놓을 수 없었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주눅들어 살기보다 아이에게 재밌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립을 결심했지요.

2만엔 이상의 고가의 상품들이지만, 화려한 색상과 섬세한 짜임새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김민정기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우산과 양산이 테마인 '코시라에르'는 입소문으로 화제가 되면서, 현재 도쿄와 고베에 2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사진=김민정기자)

독립하기로 했을 때, 히가시 치카씨는 아직 지자체가 운영하는 모자료(편모와 자녀를 위한 임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컴퓨터도 없던 그녀는 모자료의 전화를 빌려, 우산 장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우산 장인들을 찾아 다니며 우산 살을 사 모으고 천에 그림을 그려 우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빨강·초록·파랑·노랑, 총천연색을 사용하면서도 조금도 유치하지 않은 그녀의 작품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그녀의 활동에 매력을 느낀 신국립미술관 뮤지엄숍이 판매를 제안했고, 밤잠을 설치며 만든 작품들이 일본에서 가장 세련된 최첨단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한다는 뮤지업숍에서 호평을 받으며, 나날이 고객 수를 늘려갔다. 현재는 도쿄 기요스미시라카와점과 고베(神戸)점,  두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히가시 치카의 우산과 양산은 아름답다. 손으로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우산·양산이다. 핸드메이드인만큼 가격은 2만엔대로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팬들은 매년 늘어가고 있다.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그녀의 우산과 양산들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잇템’이다. 

“기업이 10개 만들 때 저는 1개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하나 하나 손수 정성을 들여 만들고 있습니다. 제 우산을 쓴 사람들이 아름다운 회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보일 때 무척 뿌듯합니다.” 

손님이 방금 산 우산이나 양산을 펼치고 가게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는 히가시 치카씨.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회사에 어울리지 않은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그녀는 더이상 이력서를 쓰지 않겠다는 다짐 아래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우산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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