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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찰에서 ‘제야의 종’이 낮에 울리는 이유
일본 사찰에서 ‘제야의 종’이 낮에 울리는 이유
인근 주민 소음 공해 호소…전문가 “자정 타종 고집할 필요 없어”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12.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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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어둠을 걷어내고 새해를 맞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오미소카(大晦日, 섣달 그믐) 자정에 울리는 ‘제야의 종’에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제야의 종은 섣달 그믐 자정에 울리는 것이 전통이지만 일본 사찰들 가운데는 낮 시간으로 앞당겨 종을 치거나 아예 타종 행사를 중단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사찰 신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심야 참배객은 줄어든 반면 인근 주민들로부터 소음 공해를 호소하는 진정이 늘고 있어서다.

군마현에 위치한 사찰 ‘호토쿠지(宝徳寺)’는 제야의 종 행사를 낮 10시부터 16시에 개최한다. (이미지: 호토쿠지 홈페이지)

도쿄 고가네이(小金井)시에 위치한 사찰 센쥬인(千十院)은 2014년부터 제야의 종 행사를 중지했다. 사찰이 위치한 곳은 민가 밀집 지역으로 절 내부 공사로 종을 경내 밖으로 이동시키자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종이 울리니 고령의 어머니가 몸이 안좋아 지신다”며 주민 항의가 들어왔다. 

연말에는 타종 재개를 바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찰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기대하던 행사였기에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사찰은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 곳인 만큼 주민들이 안도하게 됐다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택가 안에 위치한 시즈오카(静岡)현 마키노하라(牧之原)시 다이타쿠지(大沢寺)도 약 10여년 전부터 제야의 종 타종을 일단 중단했다. 오미소카 밤에 종을 치자 “언제까지 칠 생각이냐”며 항의하는 주민의 전화를 받고부터 선대 주지가 중단을 결정했다. 

다이타쿠지의 종은 제2차세계대전 중 내려진 금속류회수령으로 없어졌지만 약 60년 전 신자의 기부를 받아 다시 주조하게 됐다. 이러한 경위로 현 주지인 이마이 가즈미츠(今井一光)가 “선대의 추억이 서린 종을 방치할 순 없다”며 2014년부터 오후 2시로 앞당겨 타종을 재개했다. 2015년부터는 정오 타종을 시작했다. 

낮에 개최되는 타종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을 때는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다고 사찰 측은 전했다. 그는 “새해를 앞두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바람은 낮이건 밤이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호토쿠지에서 오전 10시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시작하자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이미지: 호토쿠지 홈페이지)

일본의 사찰에서는 오미소카 심야에 타종을 시작해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오전 2시부터 3시경까지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108번 타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인간이 가진 백팔번뇌를 불교의 가르침으로 지우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타쿠지의 예처럼 신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심야 타종 행사에 가기 어려운 경우가 늘면서 오미소카 당일 낮에 종을 치는 사찰이 늘고 있다. 군마(群馬)현 기류(桐生)시 호토쿠지(宝徳寺)는 어린이와 고령자의 참가를 늘리기위해 2015년부터 오전 10시부터 16시까지 타종을 하고 있다. 

낮 시간에 행사를 치르면서 음식을 파는 임시 점포를 설치하거나 인형탈을 쓴 지역 마스코트를 등장시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심야 타종 때는 참배객 대부분이 젊은 세대였지만 시간대를 앞당기면서 보다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변했다. 사찰측은 참배객이 많을 때는 약 천명이 몰려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타종 행사에 군마현 마스코트 인형이 등장해 가족 단위의 참배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미지: 호토쿠지 홈페이지)

호토쿠지의 가나코 에이슈(金子英宗) 주지는 “사찰은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다. 남녀노소 모두가 모여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소음규제법은 공장이나 건설 현장,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주된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소음문제종합연구소 하시모토 노리히사(橋本典久)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취재에 “제야의 종은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기때문에 공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이쇼(大正)대학 데라다 요시로(寺田喜朗) 교수는 “신자 수가 줄고 지역 주민들의 사찰에 대한 이해가 옅어지면서 사찰 행사도 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제야의 종은 라디오 보급으로 확산된 전후(戦後) 문화로, 불교의 역사에 비춰봤을 때 그리 오래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심야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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