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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틈새사업②] 맘껏 우세요···'눈물'로 사업하는 남자
[일본의 틈새사업②] 맘껏 우세요···'눈물'로 사업하는 남자
고베 대지진 피해자 데라이氏 지난 6년 간 '루이카츠(涙活)' 행사 개최
감동 동영상 제작·판매, 스트레스 해소 강의·강연 등 왕성한 활동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6.1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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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셀루토닌 연구 권위자 도호대학(東邦大学) 아리타 히데오(有田 秀穂) 교수는 한 방울의 눈물이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고 말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연구가들이 눈물을 흘리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돼 감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눈물을 흘린 후 홀가분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능동적으로 울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단체, ‘루이카츠(涙活·눈물활동이란 의미로, 능동적으로 울면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자는 운동)'를 찾아가 보았다.

16일, 도쿄의 한 빌딩 안에서 열린 ‘루이카츠’ 행사. 고교생부터 중장년까지 스무 명 남짓이 참가했다. 일본 전통 코미디인 ‘라쿠고’(落語/만담) 연기자들이 이날만큼은 관객들을 울리기 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로다 오사무(黒田治)와 나카시야 레이쇼(泣石屋霊照)는 사람을 울리는 전문가다. 사람들을 웃기는 ‘라쿠고’도 어렵지만, 사람들을 울리기는 더 더욱 어렵다고 한다. 

일본의 인기 디제이 구로다 오사무, 사람을 웃기는 이야기 대신 사람을 울리는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는 라쿠고 연기자로도 활약 중이다. (사진=김민정기자)

눈물을 쏙 빼는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전국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눈물 선생님’ 요시다 히데후미(吉田英史·43)가 엄선한 슬프고 감동적인 동영상을 함께 보는 시간이 시작된다.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어머니의 도시락, 암에 걸린 반려동물 스토리에서 참가자들의 감정은 절정에 오르고,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행사에 참가한 시오다 유코(여·주부·50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고양이가 병에 걸린 동영상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고 말한다. 동영상 상영 내내 눈물을 흘리던 오쿠보 슌이치(남·회사원·24)는 “얼른 홀어머니에게 전화라도 드리고 싶다”며 황급히 회장을 빠져나갔다. 

진지한 얼굴로 동영상을 보는 참가자들. 참가자 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었다. 다름아닌 가수 마쓰모토 다카히로(57세·사진 가장왼쪽). 개그콤비 '다운타운' 마쓰모토 히토시의 형으로 사람을 울리는 노래로 각광을 받고 있다. 관객에게 감동적인 눈물을 선사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한다. (사진=김민정기자)

‘루이카츠’를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우는 행사로만 보면 큰 오산이다. 약 6년전, 이혼하는 이들을 위한 ‘이혼식’을 주최하면서 '슬픔 기획자’로 이름을 떨치던 데라이 히로키(寺井広樹·37)씨가 처음으로 시작한 '루이카츠'는 처음에는 개개인이 모여, 평소 쌓아온 울분을 토로하는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사람을 울리는 동영상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그림책을 직접 제작해 판매한다. 게다가 ‘감루요법사(感涙療法士)’라는 민간 자격증 제도까지 마련해 양성과정 교육을 진행중이다. 이를 계기로 데라이씨는 지방 도시 활성화 어드바이저로서 다양한 행사에 대한 기획은 물론 상품제작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 실천방안의 일환으로 각 기업 사원들의 스트레스 체크를 의무화한 이후로는 기업들로부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강의 문의나 상담 의뢰도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눈물을 사업으로 승화시킨 데라이 히로키. 그는 자신을 사업가가 아니라 기획가라고 부른다. (사진=김민정기자)

“성격이 어두운 편이라 그런지 결혼보다는 이혼에 관심이 있었고, 이혼식을 열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문득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울어도 되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해서 시작한 것이 '루이카츠'다"라고 데라이씨는 말한다. 처음엔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그는 1995년 한신 고베 대지진의 피해자다. 집은 폐허가 됐고, 친구도 잃었다.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해 왔지만, 쉽게 울 수도 없었다. 무너지는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오면서도 마음 속엔 항상 슬픔이 가득했다. “비즈니스 찬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울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6년간 참가자가 있던 없던, 돈이 되건 안 되건 한달에 한번씩 '루이카츠' 행사를 열고, 여러사람들과 함께 슬픔을 같이한 데라이씨는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행복이 된다"고 말한다. 맘 놓고 함께 울어보자는 '루이카츠'가 어엿한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외롭고 슬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아픔을 같이 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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