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국민소득(GDP)대비 220% 넘어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경기침체로 노후불안, 소비 줄이고 저축 늘여

일본경제에서 소비지출은 60%를 차지한다. 즉, 소비를 살려야 일본경제가 산다는 말이다. '아베노믹스'로 불리우는 일본의 경기부양책도 한마디로 '소비를 살리자'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비진작'노력을 비웃듯 일본의 가계와 기업들은 소비와 투자는 커녕 오히려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마이너스금리 정책으로 말미암아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다.

26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의 자금순환통계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 현재 일본의 가계부문은 총 920조엔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뿐만 아니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도 242조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편, 6월 말 시점에 일본은행이 보유하는 일본국채 잔고는 398조엔으로 보유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0%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채시장 유동성 위축을 감안하면 추가매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양적완화에 들어간 데 이어 2014년 10월에는 이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한 바 있다. 그 결과 불과 3년 사이에 일본은행의 국채보유액이 세배이상 불어난 것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금(본원통화) 공급 목표를 사실상 폐지하는 대신 장단기 금리의 안정적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양적완화'라고 우아한(?)용어를 들이대고 있지만, 이말은 일본정부가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빚을 내면), 일본은행이 대신 사주는 것이다. 즉, 그간 국책은행인 일본은행이 대신 떠 안을 빚이 올해 말이면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말이다.

국가채무비율 국민소득(GDP)대비 220% 넘어

국채란 말그대로 정부의 '빚'이다. 6월말 시점 일본의 국채잔액은 1105조엔이다. 우리나라의 국채잔액이 지난 7월말 시점 595조원이니 무려 20배에 달하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규모다.

국채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채가 늘면 경제규모도 커지면서 소득대비 채무부담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국민소득(GDP)은 1995년 이래 21년째 500조엔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의 국채잔액은 225조엔에서 1105조엔으로 무려 5배 가까이 폭등했다. 국민소득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20%를 넘어선 것이다. 

'채무'비율이 그렇다는 것이다. 공기업 등이 발행하는 공채, 지방채 등을 포함한 '부채'비율로 따지면 그 비율은 더욱 더 커진다. 국가부채까지 갈 필요도 없다. 국채인 채무비율만 따져도 충분히 천문학적이니까...

소비세율인상 연기만 2차례 재정불균형해소 외면

일본은 이와같이 심각한, 아니 무지막지한 재정불균형 상태다. 문제는 가뜩이나 빚덩어리인 일본 정부가 증세를 통해 재정불균형해소에 나서기는 커녕 경기부양이라는 명목하에 돈풀기라는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일본의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 인상(8→10%)시기를 2019년 10월로 2년 반 연기시켰다. 대규모 양적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 진작효과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세율 인상까지 겹치면 일본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선뜻 소비세율 인상을 예정대로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재정적자해소를 위해 소비세율 인상이 필요하다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소비세 인상은 달갑지 않다. 그만큼 제품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기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표심에는 악재다. 정권 입장에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인 셈이다. 

실제로 소비세율 인상을 들고 나온 역대 일본 정권은 여지없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2년 민주당 정권을 밀어내고 아베 정권이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 정권이 법제화한 소비세율 8%(2014년 4월)·10%(2015년 10월) 단계 인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 당초 2015년 10월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2017년 4월로 연기하고는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 집권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결국 2019년으로 다시한번 소비세율 인상 연기카드를 꺼낸 아베정권은 지난 7월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까지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며 '빚내서 돈풀기'에 대한 명문까지 얻게 됐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 발표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일본인 10명 중 6명은 '잘한일'이라고 평가했다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미덕인 일본인들도 '자손'에 대한 배려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투표를 통해 소비세율 인상 연기는 지지할 망정 소비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왜냐하면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에 나를 보살펴 줄 수 있는 것은 돈 밖에는 없지 않은가..."라며 읖조리는 일본인의 얼굴에서 일본 노후화의 민낯이 드러난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도 아베정권의 돈풀기는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 7월 선거에 승리한 아베 총리는 28조엔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았다. 필요한 돈은 '빚'내면 되니까...

1년 국가예산 25% 국채상환 원금과 이자로 허비

빚덩어리 일본정부가 이처럼 거침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이유는 이자율이 0%대에 불과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하는 일본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일본국민들의 순진무구(?)한 국민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낮은 국채금리를 설정해놓고 일본국민들이 은행예금에 돈을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은행이 이 돈으로 국채를 사는 방법을 이용해 '빚'을 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채를 일본국민이 소유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구조가 당장 해결되지는 못하더라도 그대로 떠안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다. 한계를 넘어서면 국채 이자율 1%마저도 감당하기 버거워진다. 현재는 이자율 조정이고 뭐고 0%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빚'은 어디까지나 만기가 있고 이자가 있다. 아무리 이자가 싸다 한들 '빚'의 규모가 너무 크면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은 뻔한 이치다. 일본의 1년 예산 중 25%가량이 국채상환과 이자로 짜여져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어차피 일본국민들이 소유한 국채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럼 자국민 소유부채는 안 갚아도 된다는 말인가? 일본국민은 가장 무너질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되는 은행에 돈을 맡긴 것이지 기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일본국민은 자국국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신뢰에 금이 가는 순간 일본경제 아니 전세계 경제는 문자그대로 재앙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빚'쟁이들은 항상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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