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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어디로 가나···<①日銀, 헬리콥터머니 뿌릴까?>
'아베노믹스' 어디로 가나···<①日銀, 헬리콥터머니 뿌릴까?>
빗나간 금융완화 화살···떨어질 줄 모르는 엔화 가치
  • 이준 기자
  • 승인 2016.08.1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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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승종 기자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과 엔고(円高)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과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펼쳤던 아베노믹스의 성적이 용두사미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일에는 28조1000억엔(약 3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결정했지만 시장 반응은 떨떠름했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엔화 강세에다 채권금리까지 치솟고 있어 아베노믹스의 위기감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벌써부터 9월로 예정되어 있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헬리콥터머니'와 같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한껏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내년에 4년차를 맞이하는 아베노믹스의 출현 배경과 그 내용, 그리고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에 끼친 영향 등을 종합해 짚어보기로 하자.

아베노믹스의 출현배경

1980년대 연평균 4.6%의 성장률을 보였던 일본경제는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 붕괴이후 1992년부터 2001년까지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동안에는 0.9%대로 하락하고 말았다.

이같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9년 2월 일본은행은 콜금리를 0.02%까지 떨어뜨리며 제로금리정책을 폈으나 은행에는 자금이 넘쳐나도 기업이 자금을 사용하지 않아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가계 역시 소비가 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즉, 제로금리정책하에서도 통화가 늘지 않는 '유동성함정'에 빠지게 된 것인데, 유동성 함정이란 간단히 말해 금리가 0%에 가까워 시장에 현금공급이 소비나 투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일본은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양적완화정책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이방법은 악순환을 반복해 정부의 빚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이후 2001년 4월 장기불황 속에서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은 ‘성역 없는 개혁’을 표방하면서 경제구조 개혁, 재정건전화 등에 매진한 결과 다시 부활하는 듯 했으나 2008년 미국 발 금융 공황(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이 발생하면서 다시 불황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2010년 일본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대로 떨어지고 오랜기간 굳건히 유지되고 있던 세계2위 경제대국의 지위도 처음으로 중국에 넘겨주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이 다시금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속에서 과거의 양적완화정책이 소극적이고 불연속적이라고 비판하며 더욱 더 대담한 양적완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이 2012년 12월 16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아베신조가 총리로 부임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과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이른바 '아베노믹스'라는 경기부양정책을 동원한다.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

아베노믹스는 크게 금융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으로 구분되는 3가지 정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일명 '3개의 화살'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베 총리가 취임 당시 일본 무사가 아들들에게 ‘화살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리는 것은 어렵다.’라는 가르침을 준 일화를 예로 들면서 이 3가지 정책을 모두 한꺼번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그 첫번째이자 궁극의 화살은 '금융완화' 정책으로 정부와 일본은행이 공조하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도달할 때까지 통화공급을 무제한으로 풀겠다는 강력한 정책이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주된 배경에는 고질적인 '엔高'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완화정책은 한마디로 말해 '엔화절하책'이다. 

돈을 풀어 엔화약세를 유도하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높아진다. 기업들은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인상하게 되고, 소득이 증가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촉진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그리는 점을 노린 것이다.

2013년 4월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정부와 공조해 2012년 12월 시점 138조엔이었던 통화공급량을 2014년까지 270조엔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한 제1차 금융완화정책을 내놓았다.

이같은 금융완화정책에 힘입어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2012년에서 2013년의 1년 사이에 60%포인트가 상승했고 , 엔화 환율도 80엔대에서 100엔대로 회복되는 등 엔저 현상이 일어나 수출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을 기점으로 일본경제는 다시금 마이너스 성장의 나락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힘이 빠진 시장에 구원투수로 나선 일본은행은 2014년 10월에 연 80조엔을 시장에 공급하는 제2차 금융완화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하자 2016년 1월 마이너스금리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 

마이너스금리정책이란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율(시중은행이 예금액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 일정 비율) 초과분 가운데 전년도 초과 지준의 평균 잔액을 넘어서는 부분에 -0.1%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정책을 도입하면 민간은행이 일부러 수수료를 지급해 가며 일본은행에 예금을 예치하지 않아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는 꺽일 줄을 모르고 있다. 엔화가 싸져야 수입물가가 오르고 수출이 늘어나는데 의도와는 달리 엔화는 도리어 비싸지고 있는 것이다. 

빗나간 금융완화 화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풀어도 엔고 현상을 잡을 수 없는 이유는 중국경기둔화와 영국의 유럽연합탈퇴(브렉시트) 등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안전자산인 엔화수요를 부채질한데 기인한 바가 크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의 엔화는 리스크 회피차원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최고안전자산이란 지위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달러당 엔화 환율은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00엔대를 무너뜨렸다. 일본정부가 4년동안 쏟아부은 엔화절화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현행 3.3조엔의 ETF 매입금액을 2배 늘어난 6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소극적인 수준의 제 4차 금융완화정책을 내놓았다. 

일각에서 거론되던 헬리콥터 머니는 없었으며 국채매입 규모 확대나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도 없었다. 이처럼 추가 완화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자 엔화가치가 2% 넘게 급등하고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헬리콥터머니의 실현가능성

아베정부는 출범이후 4년간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낮춰 엔화 절하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자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오히려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정책이 더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엔고를 빠르게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가 하면 더이상의 통화 완화는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다음달인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미국 등 외부의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금융완화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내에서는 '헬리콥터머니'와 같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헬리콥터 머니'의 정의는 확실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돈을 뿌리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상환기한이 없이 발행한 영구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여 돈을 공급하며 이를 재원으로 감세, 공공투자 등 재정 확장을 하는 수법이다. 사실상 정부는 중앙은행에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즉, 정부의 부채 증가 없이 재정지출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다고 해도 국채 발행이 동반된다면 소비가 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훗날 정부가 빚 부담으로 증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채 발행을 동반하지 않는 부양책이라면 정부 부채가 늘지 않아 국민들이 증세를 우려하지 않고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이같은 경기부양책에는 위험이 따른다. 유동성 회수를 위한 국채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화폐가 시중에 넘쳐나게 돼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재정적자를 중앙은행이 보충하는 것으로 간주돼 국채나 통화의 신용이 손상되는 위험도 커지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가 30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규모 금융완화가 실시된지 3년이 지났지만 아베 정부가 목표로한 물가상승률 2%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3년간 전례없는 규모의 통 큰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꺼져만 가는 일본 경제. '불가능한' 선택이라며 선긋기를 하고 있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마음속에는 이미 '헬리콥터 머니'의 프로펠러가 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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