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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손(孫), 소프트뱅크를 어디로 이끄나
마이더스의 손(孫), 소프트뱅크를 어디로 이끄나
재무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ARM 인수한 이유는?
  • 이준 기자
  • 승인 2016.07.2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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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승종기자>

최근 포켓몬 만큼이나 일본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다. 

지난 6월 손 사장의 후계자로 점쳐지던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의 원인 모를 은퇴 선언 이후, 손사장과 니케시 전 부사장과의 불화설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던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무려 3조 3000억엔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이번 인수는 소프트뱅크의 역대 인수건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손 사장은 인수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큰 결정을 내릴 때 대개 사람들은 내가 정신이 나갔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나는 오늘날 내가 뭘 얻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20년 뒤를 내다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손 사장이 지적한대로 "정신 나갔다"고 판단한 듯, 이날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10%나 폭락했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소프트뱅크의 부채규모는 2015년 말 기준 약 12조엔에 달한다. 4년전에 2조 7000억엔 규모이었으니 불과 4년만에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한민국 1년 정부예산이 387조원이니 그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3조 3000억엔의 투자라니 주식시장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셈이다.

이같은 막대한 부채의 원인은 2013년에 美통신사업자 스프린트,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 美휴대폰유통업체 브라이트 스타 등 잇따라 단행한 3개의 대형 인수합병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스프린트다. 2조엔의 인수 가격은 대부분 장기차입금에 의한 자금조달로 충당했고, 스프린트가 보유하고 있던 33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프트뱅크의 현금흐름이다. 손 사장은 적극적인 비용 감축 노력으로 인해 조만간 스프린트가 V자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영업현금흐름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즉, 막대한 규모의 투자에 비해 잘 못 벌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영업현금흐름 악화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던 2013년을 기점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투자현금흐름의 마이너스폭이 영업현금흐름의 플러스를 웃돌고 있어 사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태다. 이와 같이 사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면 이것을 재원삼아 배당금의 지급이나 차입금의 상환을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이같은 상황을 4년째 지속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와 게임업체 겅호온라인 등의 보유지분을 잇따라 매각한데 이어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의 보유지분 72.2%를 전량 텐센트에 84억달러에 팔아치웠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빚을 상환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한다고 분석했지만, 정반대로 손 사장은 역대 최대규모인 3조 3000억엔을 투입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전격인수했다.

그렇다면, 손 사장은 왜 이같은 무리수를 두면서 ARM을 인수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인해 파운드화 가치가 엔화대비 30%하락했기 때문에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시기였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손 사장이 결정한 ARM의 인수가격은 지난주 종가기준으로도 43%나 높은 17파운드였다. 지난해 ARM의 주당 순이익의 70배에 해당한다. 통상 주가의 적정수준을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2~15배인 것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은 파운드화 가치하락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이같은 분석은 이유가 될 수 없다.

ARM의 기술력과 성장성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거의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초우량기업임에도 틀림없다.

ARM은 직접 프로세서나 컨트롤러, 센서를 만들진 않지만, 그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제공하고,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든 칩을 팔 때 로열티 수입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본으로 하는 회사다. 인텔 x86 아키텍쳐를 사용하는 PC용 프로세서를 제외하고 ARM 아키텍쳐는 스마트폰, 가전, 통신 등 거의 대부분 반도체 칩 설계의 기본 구조로 사용된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 ARM은 95% 이상 점유율을 보유한 사실상 독점 회사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애플 A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곤 등이 모두 ARM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ARM의 지난해 매출은 약 15억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의 0.44%에 불과하지만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ARM의 기술력과 성장성, 그리고 업계에서 차지하는 독점적 위치를 감안하더라도 연매출 148억달러(약1조5000억엔)에 15억달러(약1천500억엔)의 이익을 내는 회사를 3조 3000억엔이나 들여서 산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게다가 재무적인 관점에서 이미 천문학적인 부채규모를 안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처지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손 사장은 "ARM을 정말 싸게 사서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앞으로 세계는 PC모바일을 넘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ARM은 이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시대를 이끌 수 있는 핵심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을 미뤄 짐작하건데 손 사장은 'IoT'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와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환점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었을까?

손사장은 실제로 'IoT'에 대해 "패러다임의 이동"이며 "IoT는 모든 인류, 그리고 모든 제품에 크나큰 기회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인프라 등 반도체가 들어간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래서 ARM은 꼭 손에 넣고 싶었던 회사다."라고 인수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커넥티드카 사업을 위해 미국 IoT 서비스 업체 ‘에어리스 커뮤니케이션(Aeris Communications)’과 조인트벤처인 ‘에어리스 재팬’을 설립하고 사물인터넷시장에 적극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ARM은 현재 영국 런던증권 거래소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소프트 뱅크 그룹에 의해 완전 자회사화됨에 따라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바꿔 말하자면 ARM은 손 사장의 개인기업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 이제 손 사장은 ARM을 통해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모바일기기나 사물인터넷의 생태계 정보를 혼자서만 독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위해서 장착된 수십억개에 달하는 ARM 아키텍쳐에서 수집된 정보들은 고스란히 ARM으로 전달된다. 이로서 손 사장은 어느 업체가 얼마나 많은 ARM 아키텍쳐 기반의 제품을 만들었는지, 누가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손 사장이 재무적인 위기와 다수의 반대를 뿌리치고 이같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은 미래 초연결사회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ARM을 통해서 엿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국내외 반도체 업계에서는 손 사장이 ARM의 기업가치를 높인 후 지분을 재매각할 가능성 등 위협요소는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지난달 22일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의 퇴임발표를 겸한 주주총회에서 "향후 5∼10년간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와 같이, 이번 ARM 인수는 손 사장이 소프트뱅크 왕국 건립 완성을 위해 사장을 계속하고 싶던 마지막 이유는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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