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형은행, 국채 매수자에서 매도자로 전환

일본은행과 일본 국내은행의 국채보유잔액 추이<디자인=김승종 기자>

日銀보유 국채, 영구채 전환 목소리 높아져

지난 8일 일본 주요 경제지의 헤드라인은 "미쓰비시 UFJ, 국채특별매입자격 반납 방침"이었다.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이 뉴스가 특별해 보이지 않겠지만, 이것은 일본의 대형은행이 국채 매수자에서 매도자로 전환되는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채특별매입자격(프라이머리 딜러)'란 국채 발행 당국과의 의견 교환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등의 혜택과 함께 발행 예정 국채의 4% 이상에 대해 응찰해야 하는 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은행과 증권사 등 22개 업체들이 이러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프라이머리 딜러' 가운데 한 곳인 미쓰비스도쿄UFJ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손실 부담으로 자격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일본 재무성도 미쓰비시도쿄UFJ 은행의 자격 반납을 수용할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것이다.

일본 국채의 안정적 구매자였던 대형은행이 국채 매입 틀에서 이탈하려 하는데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국채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하에서 국채를 계속 보유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의 국채보유잔액은 그림과 같이 이미 일본 대형은행의 보유잔액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일본은행은 발행잔액의 40%에 달하는 349조엔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현재의 양적완화를 지속하면 2023년에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비중이 100%에 달하게 된다. 

실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일본은행은 물가 안정보다 재정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게 돼, 금융정책의 손발이 묶이게 되므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상환기간이 없는 '영구채(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4월말 금융정책결정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행법상 헬리콥터 머니 정책은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헬리콥터 머니'의 정의는 확실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돈을 뿌리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상환기한이 없이 발행한 영구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여 돈을 공급하며 이를 재원으로 감세, 공공투자 등 재정 확장을 하는 수법이다. 사실상 정부는 중앙은행에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즉, 정부의 부채 증가 없이 재정지출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다고 해도 국채 발행이 동반된다면 소비가 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훗날 정부가 빚 부담으로 증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채 발행을 동반하지 않는 부양책이라면 정부 부채가 늘지 않아 국민들이 증세를 우려하지 않고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이같은 경기부양책에는 위험이 따른다. 유동성 회수를 위한 국채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화폐가 시중에 넘쳐나게 돼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재정적자를 중앙은행이 보충하는 것으로 간주돼 국채나 통화의 신용이 손상되는 위험도 커지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가 30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규모 양적완화가 실시된지 3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또한 지난 1월 일본은행이 깜짝 발표한 마이너스 금리는 엔 가치를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엔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수출업체들의 순익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전례없는 규모의 통 큰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꺼져만 가는 일본 경제. '불가능한' 선택이라며 선긋기를 하고 있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마음속에는 이미 '헬리콥터 머니'의 프로펠러가 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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