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전체 규모 따지면 매출 비중 낮은 편" 해명

코로나19로 대다수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내부거래가 오히려 늘어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6조 4086억원 가운데 4조 4782억원을 현대차와 기아차 등 특수 관계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중은 7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가 늘었다. 

문제는 현대차나 기아차, 모비스 등 관계사들의 매출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류사에 일감을 넘기는 경우는 매출이 증가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상반기 매출 규모는 23조 4060억원으로, 지난해 24조 2298억원보다 3%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와 모비스 역시 각각 7%, 5%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현대글로비스 매출도 지난해보다 8%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늘어나자, 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는 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30%부터인데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9.9998%에 그친다. 아슬아슬하게 규제를 피해가면서 꼼수 논란이 일었으나 '심증은 있으되 물증이 없는' 상황인 것. 

업계에서는 차량과 부품운송 회사로 시작한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몰아주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매출을 높이려면 경쟁 자동차메이커의 수주를 늘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처한 현실은 여의치 않다. 

이런 한계 때문에 예외 사례로 인정받아 규제를 피한 측면도 있다. 채이배 전 의원은 "수출 목적 매출을 제외한다면, 국내법인과 해외법인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은 해외법인을 계약당사자로 삼아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배구조의 정점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구성됐다.  

만약 정 수석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경우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이 시도했다 잠시 철회한 지배구조 개편도 이 방식대로이다. 하지만 이런 편법에 대해 관계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등 대형 화주들의 수주 감소와 이에 따른 해상 운송 등 물동량 감소가 매출에 타격을 줬다”면서” 그룹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계열사 내부 매출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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