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판인쇄소 배경 소설 대히트···미니 활판인쇄기, 활판인쇄카페 등 인기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를 프린트기로 출력하는데 익숙한 현대인에게 ‘활판 인쇄’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과거에는 책이나 잡지, 명함 인쇄의 대부분이 ‘활판 인쇄’ 방식이었다. IT 및 디지털 기술이 나날이 진화중인 가운데 일본에서는 최근 ‘활판 인쇄’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활판인쇄소를 무대로 한 소설이 주목을 끄는가 하면 부록 잡지의 미니 인쇄기가 인기리에 팔리면서 활판인쇄기를 새롭게 도입하는 인쇄소도 생겨나고 있다. 종이에 묻어나는 돌출감과 문자에 드러나는 명암의 차이, 서체에서 느껴지는 온기 등 현대 인쇄술에서는 볼 수 없는 활자의 매력이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사쿠라이 인쇄소에서 30년만에 활판인쇄기가 부활했다 (이미지: 사쿠라이 인쇄소 트위터)

사이타마(埼玉) 현 가와고에(川越) 시의 사쿠라이(桜井) 인쇄소에서는 지난 1월 말 활판인쇄기가 방문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1924년 창업한 사쿠라이 인쇄소는 현재 신문 인쇄 등에 사용되는 ‘오프셋(offset)’ 인쇄기와 전자화된 ‘온디멘드(on demand)’ 인쇄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약 30년 전에 처분했던 활판인쇄기를 함께 도입한 것이다.

활판인쇄는 과거 인쇄의 주류를 이뤘지만 오프셋 인쇄기 등에 밀려 급속히 자취를 감췄다. 활판인쇄기를 재도입한 사쿠라이 리에(桜井理恵) 사장은 아사히신문에 “인쇄 업계는 IT화와 디지털화의 파도에 밀려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용지와 잉크 요금의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전보다 인쇄물에 부가가치를 부여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활판인쇄기를 새롭게 도입하게 된 것도 바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사쿠라이 인쇄소는 작가 호시오 사나에의 소설 ‘활판인쇄 미카즈키도(三日月堂)’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조부(祖父)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와고에의 작은 인쇄소를 배경으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스토리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1권 판매부수가 8만 6천부에 이르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작년 여름 간행된 4권은 누계 20만부를 돌파했다.

부록 잡지 형태로 판매된 ‘작은 활판인쇄기’. 활판인쇄붐을 타고 누계 7만 5천부이상이 팔렸다. (이미지: ‘어른 과학 매거진’ 사이트) 

‘활판인쇄 미카즈키도’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어른 과학 매거진’의 요시노 도시히로(吉野敏弘) 편집장은 “우리도 활자를 하나하나 조합해 인쇄하는 체험에 도전해보자”며 부록 잡지를 기획했다. 편집부원들 모두가 활판인쇄에는 문외한인 세대들이지만 여러 활판인쇄소를 방문하며 아이디어를 모아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활판인쇄기(3,780엔)’를 2017년 겨울 발매했다. 사전 인터넷 예약 단계부터 화제를 모아 초판 2만부를 발매하기도 전에 3만부 증쇄가 결정됐다. ‘작은 활판인쇄기’는 누계 7만 5천부를 기록했다. 

요시노 편집장은 “예상보다 활판인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40대 이상의 남성을 타겟으로 상정했지만 20대부터 30대 여성들이 의외로 많은 관심을 보여 의외였다”고 덧붙였다.

도쿄 간다 진보쵸에서 지난 해 열린 ‘활판 TOKYO’의 모습 (이미지: ‘활판 TOKYO’ 사이트)

한편 도쿄 간다(神田)의 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진보쵸(神保町)에서는 4년 전부터 인쇄업자 및 활판인쇄와 관련된 작가들이 출점하는 이벤트 ‘활판 TOKYO’가 열리고 있다. 작년 7월에는 3일간 약 3천명이 이벤트장을 찾았다.

이밖에도 도쿄 메구로(目黒)구에서는 ‘활판인쇄 카페’가 개점을 앞두고 있다. 차 한잔의 여유에 활판인쇄의 매력이 더해져 새로운 것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 목표다. 

도쿄 메구로구의 오픈을 앞둔 활판인쇄 카페(사진=최지희기자)

‘활판 TOKYO’의 운영 멤버인 나카노(中野) 활판인쇄점의 사장은 “활판인쇄기나 활자를 도입하는 움직임은 15년여 전부터 있었다”며 “잊혀진 것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잉크의 번짐현상과 같은 레트로적인 감각이 현대 사회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