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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일본 문예 부문 랭킹 1위 차지···돌풍의 의미는
‘82년생 김지영’ 일본 문예 부문 랭킹 1위 차지···돌풍의 의미는
미투 확산 더디었던 일본에서 출간 나흘 만에 3쇄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12.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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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번역되어 출간된 ‘82년생 김지영’. 22일에는 도쿄 아오야마 북센터 문예 부문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이미지: 치쿠마쇼보 트위터)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일본에서 한국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돌풍이 무섭다. 이달 8일 번역본이 일본 출판사 치쿠마쇼보(筑摩書房)에서 출간되면서 일본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재팬의 아시아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출간 나흘 만인 12일 3쇄 인쇄에 돌입했다. 

일본의 언론들도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일본 내 흥행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4일 한국으로 건너가 조남주 작가와 만났다. 인터뷰 기사로 인해 책의 존재가 더욱 알려지면서 일본 국내 유명 작가들을 제치고 도쿄 아오야마(青山) 북센터 본점의 문예 부문 랭킹(12월 10일-16일) 1위에 올랐다.  

치쿠마쇼보는 22일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오늘 아오야마 북 센터 본점 랭킹에서 ‘82년생 김지영’이 1위에 올랐다. 감사하다”며 “12월 8일 발매 후 이례적인 3쇄 중판(重版)을 하게 되어 서둘러 인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오프라인 및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이 속출하는 등 이례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의 도서 시장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소설의 점유율이 한국 소설을 넘어설 만큼 한국인들의 일본 문학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판매된 소설 가운데 일본 소설의 점유율은 31.0%로 한국 소설(29.9%)을 앞질렀다. 반면 일본에서 향유하는 한국 문화는 그간 드라마, 케이팝(K-pop) 등에 국한되어 왔기에 한국 소설의 이같은 인기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반응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아마존 재팬은 물론 서평 블로그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82년생 김지영’을 검색하면 수 많은 리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여성 독자 A씨는 “여성이 하나의 인간 주체로서 자아실현을 하고자 할 때 남성과는 다른 장애에 부딪히는 상황은 한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았다”며 “소설이 많이 팔릴 수록 한국에서는 남성들의 반론과 반감이 커진다고 들었다. 이 책을 계기로 남녀가 서로 다름을 인식하고 많은 대화를 해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논쟁이 벌어지는) 한국의 뜨거움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22일, 도쿄 아오야마 북센터 본점 문예 부문 랭킹에서 ‘82년생 김지영’이 1위에 올랐다.
22일, 도쿄 아오야마 북센터 본점 문예 부문 랭킹에서 ‘82년생 김지영’이 1위에 올랐다.

또 다른 여성 독자 B씨는 “단숨에 읽었다. 내 안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면화되어 있던 것들을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됐다”며 “어쩌면 깨닫고 싶지 않았던 것들일 수 있지만, 더 이상 눈 감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성 독자들의 반응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다. 책을 읽은 일본 남성 C씨는 “아사히신문 인터뷰 기사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되어 읽어봤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베스트10에 들어갈 만큼 역작이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일본 이상으로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회인 한국에서 고생하는 여성들의 외침이 나같은 남성 독자에게도 와 닿았다”며 “지금의 한국 사회를 잘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투 확산 더디었던 일본, ‘82년생 김지영’ 인기의 의미

일본 국내에서의 이같은 인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이 18일 각국의 젠더 불평등 상황을 분석해 발표한 ‘글로벌 젠더 갭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총 149개국 가운데 일본은 성평등지수 110위로 115위인 한국과 그다지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반면 세계적인 미투 운동의 유행 속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일었던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미투 운동은 소극적인 양상을 보여왔다. 

일본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으로 미투 운동이 점화되는가 싶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일본판 미투 운동의 시초로 불리는 이토 시오리(伊藤詩織) 사건 역시 재조명됐지만 이토 씨는 일본에서의 운동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의 미투 운동을 이끈 서지현 검사를 만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 의과대학을 대표하는 도쿄의과대학을 비롯해 많은 수의 의과대학에서 여성 수험생의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는 등 조직적 차별 정황이 발각되면서 파문을 불러오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같은 성차별 사건을 집중 조명했고 여론 역시 공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사회 인식 개선까지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서평 블로그에 실린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리뷰들 (이미지: 독서 미터 캡쳐)
일본의 서평 블로그에 실린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리뷰들 (이미지: 독서 미터 캡쳐)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일본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마찬가지로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 하나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도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면 그런 노력을 들이는 시간에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일본인의 사고”라며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낮은 일본의 분위기를 전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일본 내 인기가 가져다 주는 의미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각별할 지 모른다. 조남주 작가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 말미에 “책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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