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5대 종합일간지 ABC발행부수 급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신문판매부수 부풀리기 더이상 통용 안돼

일본인들의 남다른 종이신문 사랑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는 것일까. 일본ABC(Audit Bureau of Certification)협회가 지난 9월 공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5대 종합일간지(발행부수 100만부 이상)의 ABC부수가 지난해에 비해 모두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14만2천부, 아사히 32만6천부, 마이니치 19만3천부 그리고 닛케이, 산케이신문 등도 각각 약 7천부씩 줄어들었다.

특히 아사히신문의 발행부수가 두드러져 최근 4년간 100만부 넘게 줄어들며 600만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요미우리 1000만부, 아사히 800만부가 당연시 되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더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된 셈이다.

최근 4년간의 ABC부수를 보면 그 하락세가 매우 뚜렷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4월 요미우리신문의 발행부수는 약 977만부 였지만, 올해 4월 시점에서는 약 880만부로 떨어졌다. 4년간에 무려 97만부나 줄어든 셈으로 이는 발행부수가 49만부인 도쿄신문의 두배가량에 해당되는 수치다. 

아사히 신문의 상황은 더욱 어둡다. 아시히신문의 경우는 최근 4년간 105만부가 줄어들었다. 9월에 발표된 수치를 대입하면 무려 116만부에 달한다. 마이니치 신문도 33만부나 떨어졌다. 바꿔 말하자면 도쿄신문 규모의 5개 언론사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불과 4년 사이에 일본인의 종이신문 사랑열기가 식어버린 것일까?

일본의 경우 각 지역의 신문판매점이 신문사로부터 일정양의 신문을 매입해 해당 지역의 광고를 삽입하여 판매하는 삽지형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삽지형 광고의 단가는 신문사로부터 매입하는 부수에 따라 연동되므로 신문판매점 입장에서는 실제 판매부수보다 더 많은 양의 신문을 매입해 광고단가를 올리는 것이 실제 신문을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사이에 인터넷 등 새로운 홍보수단의 발달 등으로 인해 삽지형 광고 수요가 급락하면서 더이상 이같은 영업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기 시작했다. 즉, 신문판매점이 허수로 매입한 신문에 대한 처리비용을 삽지형광고 수익으로 보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즉, 최근 수년간에 걸쳐 신문의 ABC발행부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일본인들의 신문구독율이 떨어진 것이라기 보다 각 지역 신문판매점의 매입부수가 줄어든 것이 가장 커다란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엔 각종 상품권이나 경품을 제시하며 신문구독을 회유하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이는 신문 발행부수의 과소가 신문사에는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신문판매점의 매입부수가 부풀려질 수록 많은 메리트가 있다. 판매수익은 물론 ABC발행부수가 늘어남에 따라 지면 광고의 매체 가치가 높아져 높은 지면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면광고의 단가는 ABC발행부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신문판매점의 입장에서는 부풀려진 매입부수의 손해를 상쇄하기 위해 허수의 존재를 숨긴채 삽지형 광고 단가를 높일 수 있다. 그래도 허수의 손해를 상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신문사로부터 보조금을 취하는 형태로 적자를 메워왔다. 신문사와 신문판매점간에 유착관계가 존재해 왔던 것이다. 

최근 4년간 일본 5대 종합일간지의 발행부수 하락에서 보듯, 발행부수 부풀리기와 같은 비즈니스모델은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로읽기와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가 점차 일본 사회의 주류로 자리하게 되면 종이신문의 설자리는 더욱 더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신문사가 출판, 인쇄, 제작, 편집 등 일련의 전과정에 정보시스템 체제를 도입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루빨리 시행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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