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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정장시대' 막 다른 '정장시장' 
막 내린 '정장시대' 막 다른 '정장시장' 
복장 자유화 등 기업문화 변화 속 남성정장 매출 급락
유니클로, 인터넷쇼핑몰 등 저가 가격경쟁 격화 
타 업체 인수 등 사업다각화 노력 불구 효과 미미
  • 한기성 기자
  • 승인 2018.06.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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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전국적인 절전 캠페인에 힘입어 시원한 정장인 '쿨비즈' 열풍으로 반짝 회복세를 띄었던 일본 신사복 시장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아오야마상사, 아오키홀딩스, 코나카, 하루야마홀딩스 등 일본의 4대 신사복 업체가 발표한 4월 기존점 매출은 4개사 모두 전년 동월대비 2~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결산 결과도 매한가지다. 아오야마와 아오키의 영업이익이 조금 늘긴 했지만, 연간 매출액은 4개사 모두 직전년도의 수준을 밑돌았다.

원인은 간단하다. 남성 정장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떨어져 나가는 손님을 붙들어 메고자 가격을 대폭 낮춘 기획상품으로 간신히 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이익률만 나빠질 뿐 매출액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각사 모두 셔츠나 코트, 예복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해도 메인인 정장 판매가 기둥 역할을 하지 못하면 매출하락은 불가피하다. 업계 최대인 아오야마의 경우, 비즈니스웨어부문 매출의 약 30%는 정장에서 나온다.

일본총무성의 2016년 가계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정장 의류의 연간 지출액은 4,262엔으로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2012년보다는 회복세를 띄긴 했지만, 2000년 8,782엔에 비하면 반토막 이하다. 넥타이의 경우는 2000년 1,439엔에서 2016년 455엔으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대는 한창 취업을 준비하는 연령대로 '리크루트슈트'라 불리는 정장 수요가 많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도 기업문화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정장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대의 경우에도 지극히 보수적인 '정장주의' 기업문화에 익숙한 세대이자, 관리직이나 임원인 경우가 많아 정장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반면, 과거 가장 많은 정장 수요를 창출했던 30~40대는 이제 가장 공략하기 힘든 연령대가 되어 버렸다. 일본의 신사복 시장이 이미 성장한계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요인은 일본 직장내에 뿌리깊게 자리했던 '정장주의'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전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사회적 전통 탓에 남성이건 여성이건 흰색 계통의 셔츠나 블라우스를 안에 입고 짙은 색 정장을 착용하는 것이 올바른 직장인의 덕목처럼 요구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IT 기업은 물론 전통적인 제조업체, 대면 영업이 일상인 종합상사까지 기존 여름철에 해왔던 ‘쿨비즈 복장’ 수준을 넘어서 캐주얼 중에도 특히 거부감이 심했던 ‘청바지 출근’까지 허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보수적인 기업문화속에서 '정장에 사원증 패용'이라는 오랜 관습을 유지해왔던 100년 전통의 전자기업 파나소닉이 지난 4월부터 공장 등을 제외한 모든 국내 사업장에서 복장을 자유화했다. ‘일에 대한 보람을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 가자’는 슬로건 아래 청바지, 티셔츠, 운동화 등 캐주얼 복장 출근을 전격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파나소닉의 이같은 결정은 보수적인 일본의 기업문화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외에도 마루베니, 이토추 등 종합상사 뿐만 아니라 메트라이프 생명보험 등 금융회사들도 '데님 프라이데이'를 도입하는 등 복장 자유화 바람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이다. 민간기업 뿐만이 아니다. 관공서 등 정부기관도 앞장서서 복장 자율화를 권고하는 등 정장시대는 이미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남성 정장이 사업의 기둥인 신사복 업체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환경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오야마상사의 세그멘트별 매출구성비율 (2017년 3월 31일 현재) / 출처=야오야마상사 홈페이지
아오야마상사의 세그멘트별 매출구성비율 (2017년 3월 31일 현재) / 출처=야오야마상사 홈페이지

정장주의를 탈피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에 가세해 저가격지향의 소비행태와 인터넷쇼핑몰의 확산도 업체를 궁지로 몰아넣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대표격인 업체가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올 여름 신축성과 경량감을 강조한 '감동자켓'을 출시한다. '감동바지'와 함께 한벌 세트로 구매해도 1만 엔 이내로 살 수 있다. 아오야마 등 정장 업체의 대표 상품 가격은 한벌 당 3~4만엔 전후고, 아오야마의 '슈트컴퍼니', 아오키의 '오르히카' 등 젊은층을 노린 제품의 가격도 2~3만 엔대이므로 가격으로는 이미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정장 뿐 아니라 와이셔츠 등 비즈니스웨어도 다릴 필요가 없는 면 100%의 소재감과 기능성을 겸비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외관상 다소 저렴한 느낌은 있지만, 예전에 비해 품질도 많이 개선된 만큼 가격에 민감한 젊은층 수요의 유출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 수년간 전체 어패럴시장의 전자상거래 비중이 10%에 달하는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의류 구매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들 업체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편, 이들 업체의 자사 쇼핑몰을 통한 인터넷 판매비중은 1~2%에 그쳐 디지털시대의 흐름에 뒤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장은 정기적인 교체수요를 전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행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는다. 즉,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매출 기복이 큰 어패럴 기업과 비교해 재고처분 등의 리스크가 높지 않아 견조한 실적을 견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본의 신사복 시장은 아오야마, 아오키, 코나카, 하루야마 등 4대 업체가 한정된 수요를 두고 나눠먹기식의 영업을 해온 것으로 변화에 대처하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오야마는 지난 2015년 구두수선체인 '미스터미니트'를 146억 엔에 인수하며 사업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라이벌업체인 아오키도 예식업과 노래방체인 사업 등에 발을 들이고 활로 개척에 열심이다. 코나카도 음식점은 물론 인터넷카페 운영 등 영역을 넓혀 다른 업태의 점포가 20개가 넘는다. 다만, 다각화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아오키의 경우 예식장 사업이 고전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0%가까이 줄어든 적도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기업, 국가에겐 변화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변화는 자기를 부정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공적일수록 더 그렇다. 잘되고 있는데 굳이 뭔가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더 경계해야할 태도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신사정장 시장규모는 2조 5,585억엔으로 2006년 2조 8,100억 엔과 비교해 10%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신사복 시장을 견인하던 4대 신사복 업체, 남성 정장시장에 편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다른 업태를 추가해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것만으로 향후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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