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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월세 수익 보장'의 덫···쉐어하우스에 발목잡힌 日부동산시장
'30년 월세 수익 보장'의 덫···쉐어하우스에 발목잡힌 日부동산시장
일본판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현실화 우려도
  • 도쿄=윤이나 기자
  • 승인 2018.05.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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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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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쉐어하우스 ‘가보차노바샤(かぼちゃの馬車·호박마차)’를 운영하는 부동산회사 ‘스마트데이즈’가 5월 15일 도쿄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것에 이어, 24일에는 동종업체인 ‘골든게인(ゴールデンゲイン)’도 파산선고를 받았다. 연이은 부동산회사의 경영파탄에, 일각에서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본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부동산회사들은 쉐어하우스(ShareHouse) 개발 전문, 서브리스(轉貸리스) 방식, 대출 금융기관은 스루가은행(スルガ銀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쉐어하우스(share house)란, 말 그대로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개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하는 형태의 주거 시설을 의미한다. 1~2인 가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쉐어하우스 형태의 주거 양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원룸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임차인은 월세를 절약할 수 있고, 집주인은 개별공간에 대한 투자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메리트이다.

이처럼 쉐어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스마트데이즈 등 부동산회사는 '30년 월세 수익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대부분 일반 회사원들을 투자자로 끌여들였다. 이때 채용한 방식이 서브리스다. 서브리스는 투자자들이 돈을 대면 부동산회사가 셰어하우스 건축에서부터 입주자 모집, 관리까지 모든 것을 담당한다. 부동산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집을 통째로 빌려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때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출을 실시한 금융기관이 스루가은행이다. 스루가은행은 당시 약 700명의 투자자에게 총 1200억 엔 상당을 대출해줬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투자자들은 부동산회사로부터 매월 약속된 일정 금액의 월세를 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약속된 금액의 월세가 지급되지 않거나 아예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스마트 데이즈는 지난 1월 투자자 수백 명에게 2월부터 월세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고했다. 입주율이 40%에 불과해 월세 지급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마찬가지로 골든게인 또한 입주율이 떨어지면서 경영이 악화돼 남은 임대료를 체불할 수 밖에 없었고, 작년 12월에는 경영진 총사퇴, 일부 투자가로부터 가압류 신청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이 달 24일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결국 대출금 변제 의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2015년 말 '30년 월세 수익 보장'이라는 말에 현혹돼 도쿄 시내에 쉐어하우스 한 동을 지었다는 연봉 700만엔의 40대 일본 회사원은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이자만 월 45만 엔에 이른다"며 "이번 달은 내 돈으로 해결하겠지만 다음 달 이후에는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그가 스마트데이즈로부터 약속 받은 월세 60만 엔을 제대로 받은 건 처음 10개월 뿐. 그후에는 절반 정도를 받았고, 올해 1월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10여개의 방에 입주자는 현재 단 3명 뿐이다. 

회사원 등이 1억엔이나 되는 돈을 빌려 셰어하우스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대출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루가은행은 시즈오카현을 거점으로 하는 지방은행으로, 기업대출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철수해 주택대출이나 개인대출에 특화한 비지니스 모델로 5년 연속 최고수익을 경신해오던 지방은행계의 ‘우등생’이었지만, 스마트데이즈의 쉐어하우스 부정대출에 연루된 것이 알려지면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스루가은행의 '달리는 은행',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객이나, 주변에 은행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이동식 은행 (사진=스루가은행 홈페이지)
스루가은행의 '달리는 은행'.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객이나, 주변에 은행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이동식 은행 (사진=스루가은행 홈페이지)

실제로 스루가은행은 직원 일부가 투자가들이 용이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쉐어하우스 구입을 희망하는 투자자는 부동산회사를 통해 심사에 필요한 예금통장 잔고 등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한 투자자는 예금 잔고가 약 48만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에 제출된 서류에는 1,500만엔으로 표기되어 있는 등 자릿 수까지 달라져 있었다고 한다.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스루가은행은 자신들 또한 부동산회사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자체 조사를 통해 일부 직원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채 서류조작에 공모했음을 인정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스마트데이즈 투자자 변호인단은 22일 스루가은행을 형사고발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스루가은행은 요코하마 동구 지점, 시부야 지점, 후타고타마가와 지점 세 곳에 대해 사내조사를 실시하여 1,258명의 투자가에게 2,035억 엔의 대출을 했다고 밝혔으나, 도쿄상공리서치(TSR)의 조사에 따르면, 위의 세 지점 이외에도 서브리스 형태로 대출을 실시한 지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투자자에게 임대료를 체불하고 연락조차 닿지 않는 쉐어하우스 업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3, 제4의 스마트데이즈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이 확산되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불러오지나 않을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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