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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에 가구까지···일본에서 '공유(셰어)'가 유난히 각광받는 이유
양복에 가구까지···일본에서 '공유(셰어)'가 유난히 각광받는 이유
‘미니멀 라이프’ 온몸으로 실천하는 일본의 소비혐오 세대들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6.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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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샤리(断捨離)’, 되도록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끊고(断), 집 안의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며(捨),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離) 삶을 지향하는 정리법이자 생활방식을 일컫는 신조어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단어로 떠올랐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인들에게 많은 의미와 과제를 남겼다. 특히나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에 대해 깨닫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집 안에 물건이 많으면 부상을 입거나,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인들에게 이제 ‘단샤리’는 삶의 철학일 뿐만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단샤리’, 즉 ‘미니멀 라이프’는 젊은층으로 갈수록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고도경제성장기도 거품경제도 겪어보지 못한 일본의 젊은이들에겐 미니멀 라이프가 당연지사로 와 닿는다. 오랜 불경기로 인해 소비를 덜 하는 것이 생활의 안정과 직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룸 셰어, 자동차 셰어에서 비롯한 ‘셰어(공유)’ 경제가 젊은이들의 일상 생활에까지 침투해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유’보다 ‘셰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동차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양복도 셰어 서비스를 이용하고, 바이크며 심지어 가방까지 모두 빌려쓴다. 비싼 물건뿐만 아니라 저렴한 물건도 되도록이면 공유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보다 셰어를 택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일본 최대의 정장메이커 ‘아오키’는 지난 4월 월 정액 7,800엔의 양복 셰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양복이 택배로 배달된다. 한달 후에 택배 상자에 돌려 보내면 다음달에 새 양복과 셔츠, 넥타이가 도착한다. ‘레나운’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오키보다 고급스러운 10만엔 이상 하는 양복을 월 정액 4,800엔으로 셰어하는 서비스다. 패션 셰어 서비스의 선구자인 ‘에어 클로젯’은 2015년에 문을 연 후, 벌써 회원수 15만명을 자랑한다. 매달 전문 코디네이터가 골라준 3벌의 옷을 대여해주는 에어 클로젯의 서비스는 월 정액 6,800엔. 고급 제품들도 빌려주고 별도로 세탁도 하지 않고 돌려줄 수 있는 서비스로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다.

한때는 명품 가방 셰어 서비스가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엔 일반적인 옷들도 사지 않고 대여해서 입은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면 작은 것도 집 안에 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에어클로젯 홈페이지)
한때는 명품 가방 셰어 서비스가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엔 일반적인 옷들도 사지 않고 대여해서 입은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면 작은 것도 집 안에 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에어클로젯 홈페이지)

패션 뿐만이 아니다. 셰어 서비스는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야마하 발동기’는 자사의 플레저 보트를 시간별로 대여해주며, '할리 데이비슨'은 올해 안에 대여 서비스 거점을 50점포로 늘릴 예정이다. 할리데이비슨의 일본 법인 '그레그 윌리스' 대표는 “입소문 덕에 관광객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구점 ‘이케아’도 일본에서 가구 대여 서비스를 2년 내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최대 가구점 이케아는 2006년 일본에 발을 디딘 후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그후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니토리’와 ‘무지루시’ 앞에서 무기력한 이케아의 2016년에 매상은 767억엔으로 전년비 2%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케아는 조만간 셰어 서비스를 본격 가동해 가구조차 들이길 꺼려하는 일본의 젊은 고객층을 주 타겟삼아 2020년까지 1500억엔의 매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최근 일본의 젊은층을 ‘혐소비층’이라 부른다. 소비를 혐오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그들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며, 술도 마시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는다. 즉 돈 쓸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자세다. 기성세대는 ‘단샤리’를 트렌드라고 부르지만, 불경기에 태어나 대지진을 경험한 젊은 세대에게 ‘단샤리’는 살아남기 위한 지혜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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