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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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밸류체인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이 최근 체결한 핵심광물협정으로 FTA 체결국 대우를 받으면서 인도네시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핵심 원료인 니켈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중간재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데 FTA 체결국 대우를 받지 못할 경우 IRA 요건을 맞추기 위해 번거러운 과정을 추가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니켈의 경우 리튬, 흑연과 달리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마땅치 않아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에 대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세부 지침은 오는 18일부터 적용된다.

세부 지침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을 100% 받기 위해서는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북미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가공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하거나 배터리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 한다.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북미 지역에서 제조된 전기차라도 50%의 세액 공제만 적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로 대표되는 배터리 3사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핵심 광물 수입 경로나 전구체와 양극 활물질 등 전반적인 공급망과 공정을 유지해도 당장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규정에서 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등을 배터리 부품으로 정의하면서도 양극 활물질 등 구성 재료는 배터리 부품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배터리 3사의 경우 양극 활물질은 국내에서 제조하고 양극판, 음극판 등을 만드는 공정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공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 리튬, 흑연 등 핵심 광물들의 경우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나라에서 많은 양을 수입하지만 이를 국내에서 가공해서 부가가치 기준인 50%를 충족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美와 FTA 맺지 않은 日도 세액공제 혜택… FTA 미체결국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 주목

그런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도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말 일본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광물에 대한 무역협약'을 체결했다. 배터리용 핵심 광물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FTA 준하는 협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제련되거나 가공된 광물로 만들어진 배터리도 미국 내 세액공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일본처럼 미국과 FTA에 준하는 배터리 협정을 맺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IRA 규정을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핵심 광물을 주로 생산하는 국가에도 이목이 쏠린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글로벌 점유율이 23%이며 생산 점유율도 37%에 달하는 글로벌 최대 니켈 보유국이다. 배터리의 다른 핵심 광물인 리튬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아르헨티나가 생산량이 높지만 호주와 칠레 등 대체할 만한 국가가 존재한다. 음극재에 필수적인 천연흑연도 중국의 수출량이 높지만 호주와 캐나다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니켈의 경우 현재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니켈 공급망 구조를 살펴볼 때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 중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며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이미 인도네시아에 양극 활물질, 배터리 셀 공장 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11월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GEM과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내년 3분기부터 연간 순수 니켈 3만톤에 해당하는 중간재 '니켈 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니켈 등 원재료에서부터 양극 활물질, 배터리 셀 생산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현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별도로 미국과 배터리와 관련된 협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전구체, 양극 활물질 등을 다시 국내 공장으로 옮겨와 가공을 거쳐야 한다.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니켈과 중간재를 국내에서 다시 제련, 가공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관련된 협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철완 교수 역시 "IRA 취지는 미국 제조업의 부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세부 지침이 미국 전기차 공급망 전체에는 피해가 가지 않게끔 현실적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와의 추가 협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터리 3사도 IRA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공급망 다변화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탄탄한 밸류체인을 빨리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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