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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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보조금에서 제외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국에서 시행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표정이 엇갈렸다. 

일각에선 호재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비상사태라는 의견이 맞붙었다.

IRA의 기준이 광물 원산지인지 제련 법인 국적인지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광물 원산지가 기준이 된다면 배터리 핵심 원재료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극재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음극재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분주한 상황이다.

2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강화에 약 48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IRA에 최종 서명했다. IRA는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북미에서 조립이 완료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하는 법안이다.

관심사는 혜택 예외 조건이다. 오는 2024년 12월 31일 이후 출시 등록하는 차량의 배터리와 배터리의 핵심 광물이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차량은 혜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우려 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저격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혜택을 받기 위해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소재 비중을 오는 40%까지 높여야 한다. 다만 아직까지 세세한 조항은 알려지지 않아 소재를 제련한 법인이 기준이 되는지 소재에 들어가는 광물의 원산지가 기준이 되는지는 미지에 쌓여있다.

배터리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자동차산업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양극재와 전해액, 분리막은 각각 60%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 중이며 음극재의 의존도는 83%에 달했다. 부품의 원 광물의 경우에도 양극재의 원 광물 니켈과 리튬은 각각 65%, 59%인 반면 음극재의 원 광물인 흑연은 약 100%에 달했다.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서도 천연 흑연의 수입액 7195만달러 중 89.6%인 6445만달러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음극재 부문에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더욱 절실해진 셈이다.

◆ 촉각 곤두세우는 '배터리 3사'… "흑연 중국 의존도 낮출 마땅한 대안 없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현재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경계태세를 정비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는 공통적으로 공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음극재 자체를 제조하는 기업은 한국에도 있지만 원 광물인 흑연을 중국이 압도적으로 꽉 잡고 있다"며 "음극재 제조사 중에서도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배터리 소재 중 음극재가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법 조항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 세부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국적 기준이 광물인지 제조사인지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지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배터리 밸류체인, 공급 다변화 등을 검토하곤 있지만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며 "천연 흑연을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만큼 경계를 하고 있으며 공급 다변화를 위해 소재 전반의 밸류체인을 살펴보고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IRA 시행 이후 상황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음극재 원료 공급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 흑연을 수급했을 때 경제성 확보도 어렵다는 것을 경고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천연 흑연을 수급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 1차적인 문제"라면서도 "만약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급처를 만들거나 타 국가에서 수입을 한다고 할지라도 중국에서 확보대는 광물 대비 경제성을 만족시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리막이나 전해질 등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공급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음극재의 경우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심히 늦은 감이 있다"며 "산업부에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촉구했다.

IRA의 국적 판단 기준이 원 광물이 아닌 소재 제조사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희망적인 주장도 제기된다. GM과 포드 등 미국 굴지의 완성차 기업들이 LG, SK와 배터리 합작사를 건설하며 지분 투자 등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자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결정을 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국내 배터리 제조사 공장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하고 있으며 포드나 GM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지분 투자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IRA의 기준이 원 광물이 될 시 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밸류체인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제련사를 기준으로 국적을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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