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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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간과 밀접한 소재인 음극재 개발에 몰두 중이다.

앞으로는 그간 주목을 받아 온 양극재보다 음극재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와 관련 있는 양극재 개발은 시장에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충전 시간과 연관된 음극재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기 때문이다.

2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제조사 3사는 음극재에 실리콘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자체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SK온은 모그룹을 통해 소재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배터리 충전시간을 줄이는 것은 전기차를 대중화하는데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가 전기차 소비자의 5대 불만사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긴 차량 충전 시간'이 약 31%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짧은 주행 거리'로 42%, 2위는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가 41%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조사와 비교하면 짧은 주행 거리는 52%에서 약 10%포인트 이상 줄었지만 긴 차량 충전 시간은 4위에서 3위로 불만사항 순위가 올랐다.

완성차 업체에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500km가 넘는 모델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충전 속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커진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양극재 중심으로 개발과 홍보를 진행해왔다"면서도 "양극재 부분에선 각 사들이 기술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존재해 음극재 쪽의 개발이 더 활성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와 더블레이어코팅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기술들이 적용된 배터리는 급속 충전 기준 20분 내에 완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급속충전 기술력 핵심은 실리콘… 배터리 3사 특허전쟁 후끈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으로 구성된 음극재에 실리콘 소재를 첨가하는 기술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대비 10배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피의 팽창 정도가 흑연 대비 크기 때문에 실리콘을 많이 사용할수록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있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CNT 도전재를 음극재에 첨가해 스웰링 현상을 방지했다. CNT는 전기와 열 전도율, 강도가 높은 차세대 소재다. 도전재는 전도를 향상시켜주는 물질로 전기가 물체 속을 이동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으로부터 CNT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더블레이어코팅은 2종의 전극 슬러리를 집전체에 동시에 코팅하는 코팅 플랫폼 기술이다. 전극 슬러리는 전극 활물질과 바인더, 첨가제, 용매를 혼합한 상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목적에 따라 전극 상, 하층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부여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2종 슬러리 코팅으로 더블레이어코팅 기술을 이용하면 1종 슬러리 코팅 대비 바인더가 전극 내 균일하게 분포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바인더의 효율이 높아져 충전 속도 개선 등 배터리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에 해당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포르쉐의 타이칸에 탑재돼 급속 충전을 실제 구현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는 이 기술을 적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급형 전기차보다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며 "오는 2025년에는 일반적인 전기차에도 탑재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삼성SDI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음극재 기술 'SCN'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SCN은 실리콘 소재를 머리카락 두께 수 1000분 1 크기로 나노화한 후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기능한 기술이다. 스웰링 현상도 이를 통해 해소했다는 것이 삼성SDI 측의 설명이다.

현재 SCN은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 '젠5'에 탑재되고 있다. 젠5의 실리콘 함량은 최대 7%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4년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배터리 '젠6'엔 실리콘의 함량을 더욱 늘려 완전 충전 속도를 10분 내외로 줄인다는 목표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젠5는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되고 있으며 20분 기준으로 약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며 "젠6의 경우에는 80% 충전에 약 10분 정도의 시간만 걸리는 것으로 목표로 개발에 몰두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SK온은 모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 내재화를 추진한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배터리 소재회사 크룹14테크놀로지스의 합작회사인 ’SK머티리얼즈 그룹14’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경북 상주시에 실리콘 공장을 착공했으며 같은 부지에 음극재 공장 공사도 진행한다.

합작사는 내년 실리콘 음극재 양산을 목표로 총 8500억원을 투자한다. 이 중 3000억원은 실리콘 음극재 원재료 실란을 생산하는 공장 신축에 쓰이며 5500억원은 공장 부지 구입과 생산 설비 구축에 투입된다.

SK온도 포스코홀딩스와 지난 6월 '이차전지 사업의 포괄적 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소재부터 음극재, 양극재 등까지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협력한다.

SK온 관계자는 "음극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된 특허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음극재에 실리콘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안정성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제까진 양극재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 면이 있지만 음극재도 배터리 초격차 기술을 위한 핵심 소재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한국을 가파르게 쫓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 중심의 법안, 경제 정책을 피는 2중고 상황에서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라고 촉구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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