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률 86% 자랑하던 일본, OECD 보고서 “30%도 못 미쳐”…플라스틱 제품 이용에 대한 국민 의식 낮아  

일본의 대형 마트 식품 코너.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특히 많은 곳 중 하나다. (사진=최지희기자)

(도쿄=프레스맨) 최지희기자 = 폐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대응이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자국 매체까지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폐플라스틱 삭감 목표를 공표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 삭감 및 신소재 도입 등에 있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5월말 발표한 ‘플라스틱자원 순환전략’이라는 이름의 대책을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25% 삭감하거나 폐플라스틱을 100% 유효 이용하는 등의 목표가 내걸려 있다. 업계관계자는 이같은 계획에 대해 “유럽 및 미국 등 선진국의 수치를 뛰어넘는 야심찬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말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자는 ‘오사카 블루오션 비전’을 주장해 채택되기도 했다.

일본은 그간 자국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세계 전체의 1% 미만에다, 플라스틱 재생률(2017년 기점)은 86%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정작 세계의 평가는 일본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은 폐플라스틱을 주로 ‘소각처리’ 하고 있어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해양오염 우려가 적은 편이라고 강조해 왔다. 소각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서멀 리사이클(Thermal Recycle)’ 방식이 일본 폐플라스틱 처리 방식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로 인해 많은 수가 ‘리사이클’로 인정되지 않아 실제 일본의 폐플라스틱 재생률은 약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인 약 3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치다. 

편의점 커피 머신 옆으로 빨대 및 플라스틱 용기 뚜껑 등을 자유롭게 집어갈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의 플라스틱 배출량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2017년 총배출량은 전년 대비 0.4% 증가한 903만톤으로 4년만에 또다시 증가했다. 일인당 플라스틱 포장용기 배출량은 연간 30킬로그램(2014년 기준)을 넘어 EU 국가와 중국 등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삭감을 위한 유효 방책으로는 대체재료 개발 및 원재료 리사이클이지만, 일본은 이점에서도 크게 뒤쳐져 있다. 독일의 화학업체 BASF 와 브라질의 화학기업 브라스켐(Braske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바이오 플라스틱 양산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대체재 사용량의 세계 평균은 일본의 50배가 넘는 연간 200만톤이다. 이밖에도 미국 P&G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가오(花王)와 미츠비시(三菱) 케미컬 등 일부 일본 기업들도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의식은 놀랍도록 둔감하다. 플라스틱 빨대 및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질 때도 일본 내 분위기는 무덤덤하기만 했다. 

한국 코트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존의 초고온 소각 방식이 소각 효율이 좋다는 이유로 분리수거가 한국과 같이 엄격하지 않아, 소비자의 환경 의식을 낮추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그간 이어져온 일본의 저개발국가에 대한 폐기물 수출은 향후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에 대한 환경규제 분위기가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본의 폐플라스틱 수입국의 하나인 한국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책으로 안전 검사를 강화하기로 한 점도 일본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