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기현 지사 “하뉴 선수도, 피해지역 주민도 응원해달라”

테이블에 둘러앉은 학생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안내원의 설명에 따라 신문지를 펼쳐 들었다. 정성스런 손길로 접어 완성한 것은 다름 아닌 슬리퍼.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주변 사물들로 구급 용품들을 만들어 보는 체험 코너에는 행사 개장 직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신문지나 휴지만 있으면 슬리퍼나 마스크를 만들어 비상시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안내원의 설명에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동일본지역을 휩쓸고 간지 올해로 7년. 일본의 자랑 남자 피겨 하뉴 유즈루(羽生結弦) 선수의 금메달을 건 경기가 한창이던 17일 오후, 도쿄국제포럼 건물에서는 도쿄도와 동북4현(후쿠시마현,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이 주최한 동일본대지진 기억 행사 ‘부흥포럼 2018’이 열렸다. 신문지 슬리퍼, 휴지 마스크와 같은 방재 물품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코너 뿐 아니라, 지진 피해를 입은 동북4현의 명물 요리를 맛보는 이벤트도 마련되었다. 

신문지 슬리퍼 만들기 체험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최지희 기자>
방문객들이 직접 완성한 신문지 슬리퍼와 휴지 마스크 <사진=최지희 기자>

동북4현에서는 피해지역의 부흥상황과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발신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2012년부터 수도권에서 부흥포럼을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도쿄도와 함께 다양한 메뉴들로 피해지역의 현재를 전하여 ‘그날’을 기억함과 함께 올림픽 등으로 시들해진 관심을 재차 환기시켰다. 동북4현의 피해지역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지 수년이 흐른 데다, 상당수의 이재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이주하여 관계를 형성해나가는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무라이 요시히로(村井嘉浩) 미야기현 지사는 “요즘은 텔레비전만 틀면 평창 올림픽 관련 뉴스뿐”이라며 운을 뗐다.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잊혀지는 것”이라며 재난 당시 자원 봉사자와 언론 종사자를 비롯한 각계의 관심이 시간이 흐르며 시들해졌음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바쁘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피해지역 사람들만을 생각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작지만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들 역시 “이같은 행사를 통해 계속해서 메시지를 발신해나가겠다”며 “하뉴 선수도 응원하고, 피해지역주민들도 응원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부흥포럼 토크세션에 참가해 발언중인 고이케 도쿄도 지사(中央)와 무라이 미야기현 지사(右) <사진=최지희 기자>
같은 시각 도쿄 중심부 대형가전판매점에서는 하뉴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최지희 기자>

무라이 지사와 함께 연단에 앉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 역시 “이런 행사에 와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야기 현 센다이 출신인 하뉴 유즈루 선수의 경기를 언급하며 “센다이에서는 지역민들이 광장에 함께 모여 응원하고 있다. 우리도 함께 응원하자”며 소리를 높였다. 또한 “도쿄 올림픽은 부흥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2020년 도쿄 올림픽이 피해지역의 부흥에도 큰 진전이 될 것임을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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