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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안 간다던 아베 총리, 결국엔 “가는 걸로”‘강경 자세’에서 ‘참석’으로 입장 선회... 진짜 이유는?
2018.01.25 | 최종 업데이트 2018.01.25 08:36 | 최지희 기자

‘평창에 안 가도 손해 볼 것 없다. 급한 건 한국(일본 정부 관계자)’ 이라던 여유로운 자세에서 돌연, ‘사정이 허락하면 참석하고 싶다’고 입장을 바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자신의 성향과 가장 가까운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 회담에도 의욕을 내비췄다. 

아베 신조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보도한 24일자 산케이 신문 1면

23일 총리 관저에서 진행된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올림픽은 평화와 스포츠의 제전으로, 일본은 2020년에 도쿄 올림픽을 주최하는 입장이다. 제반 사정이 허락한다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출석해 일본 선수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에서 문 대통령과 꼭 회담하길 원한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대해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를 직접 전달하려 한다’며 방한 결심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검증을 계기로 일본 정부 내의 한국에 대한 비판 기류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한국의 사정을 잘 아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까지도 ‘아베 총리가 너무 단호하다’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1mm도 양보할 수 없다’는 총리의 강경함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해왔다. ‘사무라이 국가인 일본은 시작과 끝이 일치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시(내각 관계자)’하기에, 합의를 번복하는 한국에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평창 올림픽에도 ‘총리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다. 설사 간다고 해도 일본 입장으로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아베 총리는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의 의사에 반해 평창 행을 강행할 경우 발생할 리스크를 우선하여, ‘향후 국회 일정을 고려해 검토 하겠다’며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여 왔다.

하지만 정작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아베 총리의 등을 떠밀었다. 여당 대표가 한목소리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총리에게 진언한 것이다. 일본 전국여행업협회(ANTA) 회장직을 겸하며 평소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평창 개회식에 참석할 수 있게 국회 일정 조정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공언해왔다.

여기에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역시 ‘참석을 기대하고 싶다’고 발언했을 뿐 아니라, 한일 위안부 협상의 일본 측 대표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역시 더 이상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아베 총리가 방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아베 총리의 스승격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일 관계 개선 및 도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모두가 ‘갔다 오는 게 낫다’고 등을 떠민 격이다.

24일 오전 9시 경, 총리관저에서 평창 올림픽 참석과 관련하여 기자단에게 답하는 아베 총리 (테레비 아사히 화면 캡쳐)

일본 여론도 불참보다는 참석으로의 의견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왔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참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았다. 평화와 스포츠 제전에 정치적인 이유로 불참하는 것, 그리고 평창에 이어 올림픽을 개최할 국가의 수장으로서 참석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한편 산케이 신문은 평창 행 결정의 배경에 대해 미국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지적했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펜스 부통령과 함께 미일이 북한에 우호적인 한국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진짜 미국의 의도가 산케이 보도 내용과 일치하든 그렇지 않든, 한미일 대북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으로서 한일 간의 더 이상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일본 역시 한국이 남북 공동 입장 및 단일팀 구성 등으로 북한과 거리를 급속히 좁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을 그 어떤 외교 어젠다 가운데서도 중시해온 아베 총리가 정작 그 현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가든 안가든 고심 끝의 결단(24일자 산케이 신문)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아베 총리. 그래도 안 가는 것보다는 가는 것이 낫겠다는 쪽으로 결심이 선 데는, ‘안가면 더 피곤해진다(일본 정부 관계자)’는 수동적 이유가 컸을지언정, 위안부 합의 문제로 갈등이 고조된 이후 이뤄지는 두 정상간 첫 만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세 번째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현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올림픽’을 지렛대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지희 기자  ohayou_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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