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이스트 재팬·코카콜라 웨스트 통합 결정
턱 밑까지 쫓아온 산토리···점유율 격차 불과 3%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코카콜라그룹의 최대 보틀러(제조판매회사)인 코카콜라 이스트 재팬(CCEJ·도쿄)과 2위인 코카콜라 웨스트 (CCW·후쿠오카시)가 26 일 경영통합 기본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동일본과 서일본을 영업 구역으로하는 양사는 이번 통합을 계기로 경영효율화에 나선다. 양사가 통합되면 1도 2부 35현을 영업 구역으로 일본내 코카콜라 브랜드 제품의 약 90%를 커버하는 대형 보틀러가 탄생하게 된다. 

오랜기간 청량음료업계의 선두에 군림해왔던 같은 그룹이지만 최근 2위인 산토리식품 인터내셔널의 맹추격 속에서 통합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미국 본사의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틀러란, 미국 코카콜라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로 탄산음료 '코카콜라'의 원액 등을 공급받아 이것을 최종상품으로 가공하여 소매점등을 통해 판매하는 메이커를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미국 본사의 완전 자회사인 일본 코카콜라가 원액의 판매와 마케팅, 그리고 상품개발등을 담당하고 각 보틀러는 이것을 각각의 사업영역에서 공장이나 영업망을 가지고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하는 구조다.

현재 일본에서는 7개(CCW자회사 포함)의 보틀러가 있지만 특히 판매량에서 규모가 큰 것은 동일본을 기반으로 하는 CCEJ와 서일본이 기반인 CCW다. 1도 15현을 사업영역으로 하는 CCEJ의 그룹내 점유율은 약 51%이며 2부 20현을 사업영역으로 하는 CCW의 그룹내 점유율은 약 35%이다. 단순 합산 매출액은 약 1조엔(11조원), 영업이익은 250억엔 수준이다.

CCEJ, CCW, 일본 코카콜라 3사는 지금까지 물밑에서 통합 가능성을 저울질 해오다 올해 2월부터 구체적인 통합 협상에 들어가 기본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들 3사는 이번에 체결한 기본 합의서를 바탕으로 각사의 사장들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향후 통합의 구체적인 형태나 통합 비율등에 대해 협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통합 법인은 일본 전국에 걸쳐 생산기자와 영업거점을 재편해 생산 효율화 등을 통한 수익률 제고에 나선다. 

미국 코카콜라는 글로벌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사업영역별로 나눠져 있는 보틀러에 대한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이미 다수의 보틀러를 통합한 대형 보틀러가 탄생하고 있다. 이번 일본 보틀러의 통합은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예상 보다 빠른 통합 진행 속도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번 통합의 배경에는 업계 2위인 산토리식품의 추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랜기간 일본 청량음료 업계의 정점에 군림해온 일본 코카콜라 그룹이지만 음료 종합 연구소(도쿄 신주쿠)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에 약 30%의 점유율이 2015년에 약 27%로 떨어진 반면 같은기간 산토리식품의 점유율은 11%에서 21%까지 상승했다.

산토리식품은 적극적인 판매전략과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예를들어 탄산음료에서는 '펩시' 광고에 귀신퇴치를 목표로 모모타로(일본전설의 대중적인 영웅) 일행을 등장시켜 '챔피언 코카콜라에 도전 펩시'라는 이미지를 안방에 침투시켰다. 커피음료에서도 '보스'의 독특한 CM이나 판촉방법 등을 이용해 코카콜라 그룹의 '조지아'를 맹추격하며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일본담배산업(JT) 자동 판매기 사업을 약 1500억엔에 인수, 기존 코카콜라그룹의 강점이었던 자판기 분야에서도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산토리식품의 파상공세로 인해 미국 본사는 2013년에 동일본의 4개 보틀러를 통합해 CCEJ를 출범시키고 일본 코카콜라를 통해 약 30%의 지분을 출자했다.

이번 CCEJ와 CCW의 통합은 CCEJ가 통합된지 불과 3년만의 일로 출범이후 생산거점 통합 및 영업체제 부양 등 조직개혁이 일단락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의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그만큼 더이상 산토리식품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는 미국 코카콜라 본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CCEJ, CCW, 일본 코카콜라 3사는 이번 통합을 통해 높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 산토리식품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틀러 통합때마다 오히려 일본 코카콜라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사례를 볼때 통합보다는 브랜드력 강화 등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덩치만 키우는 것이 선두의 자리를 유지하는 능사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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