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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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업계의 위상이 달라졌다.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수준의 그래픽 등 차원이 다른 기술력으로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한데 이어 이젠 해외 국가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대상 국가도 매력적이다. 그동안 한국 게임시장은 중국자본이 주로 유입됐다. 그런데 이젠 한발 더 나아가 오일머니라고 불리는 중동국가에서 수조원 규모의 외화를 들고 한국 게임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음과 동시에 한국 게임의 위상을 다시한번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는 지난 10일 넥슨 지분 1.12%를 추가 취득했다.  지난 1월 약 1조589억원를 투자한 이후 두번째로 넥슨에 투자한 총 규모는 무려 2조3313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게임사에 투자한 역대급 규모다. PIF는 넥슨 지분 8.14%를 보유해 3대 주주로 올랐다.

현재 넥슨은 지주회사인 NXC와 NXC의 자회사 NXMH가 각각 1, 2대 주주이기 때문에 사실상 PIF가 2대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다음달엔 약 2205억원을 들여 넥슨 지분 1.01%를 추가로 취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IF는 지난달 엔씨소프트의 주식도 146만8845주를 800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지난 11일 엔씨소프트의 주식 56만3566주를 2900억원에 추가 취득해 총 9.2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넷마블과 국민연금을 넘어서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라섰다.

PIF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에 의해 만들어진 단일 주주 펀드로 정부의 자금을 대신 투자하는 펀드다. 규모는 약 599조원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석유 의존 경제에서 첨단기술과 민간 투자의 중심지로 바꾸기 위한 국가 개발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PIF는 넥슨 투자 이전부터 일본의 게임사 SNK 인수를 비롯해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 테이크투 인터렉티브 등에 투자해왔다.

3조원이 넘는 투자의 배경엔 업계에선 ‘K-게임’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 업체들의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23.1% 증가한 81억9356만달러(약 9조668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67.6%에 이른다. 게임산업 전체 매출액(18조8855억원)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한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4위를 기록해 게임 산업의 거점 역할을 한국이 해내고 있다. 국가별 게임 산업 점유율은 미국이 21.9%로 가장 높으며 중국이 18.1%, 일본 11.5%, 한국 6.9%, 영국 6.1%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가 넘는 금액을 게임사에 투자한다는 뜻은 그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전망과 성장을 기대한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해외 자본의 유입과 유치는 게임사에 있어서 좋은 호재"라고 말했다.

◆ 中 텐센트 의존도 낮출 기회... "PIF, 높은 지분 무기로 경영 개입 가능성 존재해"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자본에 의존한 게임 산업이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텐센트는 지난 몇 년간 한국 게임시장에서 공격적인 지분인수를 진행했다. 라인게임즈는 5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국내 신생 게임사 로얄크로우에도 177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 17.52%를 가져 넷마블의 3대 주주가 됐으며 카카오게임즈과 웹젠에도 각각 4%, 20%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중국 이외에 다른 해외 자본의 투자가 두각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내 업체에 불리한 중국의 판호발급 문제도 불거지면서 중동 자본의 유입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산업 성장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우선 PIF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지분 인수의 의도를 밝힌 만큼 투자처가 다원화되면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다"라며 "사우디 아라비아가 탈석유를 전략을 전개하면서 게임이 산업 전환 차원에서 발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해외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호재가 분명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현재까지 PIF가 투자 이외에 다른 목적을 내비치고 있지 않지만 9%에 이르는 지분을 무기로 경영 개입, 적대적 M&A를 단행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위 교수는 "지분에 대한 배당금 요구를 할 수도 있으며 경영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처음엔 투자 배경에 대해 모두 좋게 이야기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업계가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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