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상원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프레스맨
사진=김상원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프레스맨

"김태영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우리와 교섭을 해야 한다.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사이 벌써 넉달이 흘렀다.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은 우리 평직원들이다. (사측이) 처음부터 파업까지 염두해 두고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게임업계에서 첫 파업 결의를 주도하고 있는 노영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 지회장의 일갈이다.

노조 측은 웹젠이 2년 연속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실적에 맞는 보상과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쟁의권 찬반 투표가 지난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 표로 가결된 만큼 예고대로 파업이 진행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프레스맨>은 13일 웹젠 본사에서 노영호 지회장을 만나 현재 임금협상의 진행상황, 현재 파업의 실질적인 계기인 '2000만원의 함정', 근무 환경에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노 지회장은 임금교섭을 시작할 때부터 사측이 노조와 대화, 협상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웹젠 측은 언론에 항상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지만 정작 노조 측엔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 쟁의가 가결된 지금까지도 아무런 접촉이 없다."

그는 노조가 1차 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 연봉 일괄 1000만원 인상에서 금액을 하향 조정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사측은 연봉 10%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섭을 하는 당시에도 사측은 협상을 진행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노 지회장의 설명이다.

노 지회장은 "1차 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가지 총 3번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그 사이 실무교섭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3차 교섭 당시 사측은 김태영 대표이사 도장이 찍힌 10% 인상안을 들고 와 ‘양보할 수 없는 최종안’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정위원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이렇게 통보식 협상을 진행해 놓고 대외적으론 노조가 먼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2차 조정위원회를 준비하던 중 사측에 별개로 준비하고 있는 조정안이 있냐고 문의하니 '현재 준비하는 조정안이 없으나 노조가 추가로 제안할 것을 제시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당시 노조가 양보해 연봉 16% 인상안을 제시하니 '고민해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차 조정위원회에 막상 가보니 사측은 10% 인상안을 고수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니 당초 10% 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파업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노 지회장은 "노조 측은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회사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태도라면 파업이 실제 진행된다 하더라도 회사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집회에서 발언하는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 모습. 사진=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지난 5일 집회에서 발언하는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 모습. 사진=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 전사 평균 연봉 2000만원 인상?... "대표의 대처부터 잘못돼"

지난해 게임업계에선 신작 개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개발자 채용 규모를 늘렸다. 이에 많은 게임사들은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을 큰 폭으로 올리는 등 '연봉인상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웹젠은 '인센티브,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 2000만원 인상'을 내걸고 김태영 대표이사가 직접 사내 메일로 임직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렸다.

그러나 정작 2000만원대의 인상은 실현되지 않았고 직원에게 허탈감과 자괴감을 가져다준 조치일 뿐이었다고 노 지회장은 강조했다.

앞서 웹젠 사측 관계자는 <프레스맨>과의 통화에서 "2000만원이 인센티브까지 포함된 수치이며 영업이익을 잘 내는 특정 부서에 인센티브가 편중된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인센티브를 적게 받은 부서의 직원들이 오해했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노 지회장은 이에 대해 "사측 해명이 사실이라면 대표이사가 공개적으로 전사 인센티브 포함 2000만원 인상을 선언하듯이 메일을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며 "영업이익을 잘 내는 부서에 따로 격려금을 지급하고 그렇지 못한 부서엔 양해를 구하며 성과금 등을 지급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해명했다면 애초에 노조조차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서 평균 2000만원 정도의 인상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들이 '평균 이하의 직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며 "직원 개인의 오해로 치부할 수 있으나 실적에 따라 스스로 자책감을 가지게 하는 상황을 회사가 유도한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인센티브가 아무리 차등지급됐다고 해도 2000만원 인상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게 노 지회장의 주장이다.

연봉2000만원 인상안은 지난해 3월 발표됐다. 그런데 지난해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웹젠의 평균 임금은 약 7100만원이다. 지난 2020년 약 6100만원과 비교해 1000만원이 오른 것인데 회사가 약속한 수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노 지회장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불만 여론이 커졌고 이번 임금협상이 중요했다"며 "중위 연봉 등의 자료를 받아 납득할 수 있는 협상안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회사 측에선 아무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을 통해 연봉을 자체적으로 조사했고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타 동종업계 대비 1600만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했다"며 "조합원들을 통한 조사를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표본 중 개발팀과 비개발팀의 비중이 약 50대 50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과중 등 고충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퇴사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도 "연봉 수준이 동종업계 타사와 맞지 않아 경력 인원 충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은 퇴사자만큼 인력 충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대부분 신입사원 위주로 채용되고 있으며 남아 있는 인력이 1.5인분 정도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들어하는 여론이 많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경력 사원의 경우 회사 최종 면접을 붙고도 연봉 수준이 맞지 않아 입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며 "김태영 대표가 모든 임원 면접에 참여하는 만큼 대표 본인도 연봉 때문에 인재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웹젠 노조는 지난 12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화섬 IT위원회(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컴, 포스코ICT 노동조합)’를 열고 향후 진행방향을 공동 논의했다. 웹젠 노조는 이번주까지 회사 측의 대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웹젠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업계 최초인 만큼 주변 IT, 게임 노조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