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I, 정부에 자금지원요청···경쟁력 우려에 직접지원 거부감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LCD패널 제조의 대명사 격이었던 샤프가 대만의 폭스콘그룹에 매각된 이후, 일본내 최대 LCD패널기업으로 떠오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일 JDI는 2016년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34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억엔 흑자를 예상했던 기존 예상치를 뒤집는 참담한 결과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혼마 미쓰루 CEO는 이같은 실적부진에 대해 올해 1~3월 시작된 중국과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급감과 설비 지출이 겹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JDI는 지난 5월 이후 자금 사정도 크게 악화돼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JDI가 이렇듯 유동성위기에 까지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애플의 아이폰 판매부진 때문이다. 애플이 지난 26일 발표한 2분기(4~6월·애플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3분기) 매출은 423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8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7% 줄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애플신화'의 일등공신인 아이폰의 매출하락이 JDI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는 JDI의 애플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부터 JDI의 애플의존도에 대한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JDI도 이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등으로 고객을 확대하고 자동차, 의료용 등 스마트폰 이외의 패널 개발에 힘쓰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2016년 3월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애플용 패널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53.7%에 달하는 등 오히려 해마다 애플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아이폰의 판매부진은 최근 완공된 JDI의 이시카와현 하쿠산 공장의 본격가동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5월 착공 당시만 하더라도 올 5월부터 월 700만대분의 패널을 생산할 계획으로 불과 1년만에 급하게 완공된 생산공장이지만, 8월이 된 현재까지도 가동될 기미는 보이질 않고 있다.

혼마 CEO 등 JDI의 경영진 들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공장의 가동은 유동적일 수 밖에 없지만, 9월경에는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LCD패널 생산공장을 본격 가동시킬 수 있는 수요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다 세계적으로 LCD 시장의 수요는 급변, 기술 경쟁도 심해 수시로 거액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애플도 최근 하쿠산공장의 OLED 패널 생산 가능여부를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JDI는 영업적자를 감수하고라도 OLED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INCJ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OLED 시장은 이미 한국업체들이 거액을 투자해 장악한 상태다. 삼성은 올해 3억 대의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고, JDI가 양산 시기로 잡고 있는 2018년에는 LG디스플레이도 수천억 엔을 투자해 양산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후발주자인 JDI도 이르면 올해 또는 2017년부터 모바라 공장에 4.5세대, 6세대 OLED 투자를 시작해 오는 2018년부터는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지만 자칫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을 경우 이같은 성장전략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INCJ 내부에서는 JDI에 대한 지원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며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DI는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주자였던 도시바와 소니, 히타치 등이 한국 및 대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4년전 이들 각사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통합해 출범시킨 업체로 반민반관 성격의 업체다. 

이같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INCJ가 JDI의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은 '경쟁력'에 대한 고민 때문으로 보인다.

스마트폰등 소형 OLED 패널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절대적인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고, TV용 등 대형 OLED 패널시장에서는 급격하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존재한다.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장한 절대강자들 사이에서 뒤쳐진 양산체제, 고갈되는 자금력 그리고 애플 일변도의 매출구조를 가진 JDI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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