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롯데홀딩스 6월 주총, 종업원지주회 표심 주목

롯데 운명의 키는 누가 쥐게 될까? 지난 3월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요구한 현 경영진 해임안이 주주 과반 이상의 의결로 부결되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듯이 보였던 롯데그룹 경영권이 다시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는 지난 3월에 열린 임시 주총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어 그간 신동빈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종업원지주회의 의중이 상당히 유동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과 신 회장 측근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을 다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대주주인 광윤사를 통해 이 안건을 제안했었다.

업계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와 의결방식을 이유로 신동빈 회장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 광윤사 28.1% ▲ 종업원지주회 27.8% ▲ 관계사 20.1% ▲ 임원지주회 6% ▲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 가족 7.1% ▲ 롯데재단 0.2% 등이다.

이중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얽혀 의결권이 없는 투자회사 LSI(10.7%)의 지분을 제외하면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우호적이라고 알려진 지분을 확보해도 과반 득표가 어려운 상황으로 결국 이번 주총에서도 캐스팅보드를 쥔 것은 2대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27.8%)다.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 이상 직원 1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총에서 표 행사는 각 회원이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권을 위임받은 종업원지주회 대표(이사장) 1명이 행사한다. 종업원지주회는 법적 근거에 따라 설립된 조직이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 편의상 내규를 마련해 도입한 제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종업원지주회 지분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명 지분일지 모른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동생 신동빈 회장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열린 두차례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는 모두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계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 역시 이례적으로 정기주총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만난 한국 특파원들에게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측도 이번 주총과 관련해 “지난 주총 당시와 우호 지분 구도가 바뀐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도 안심하긴 이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동빈 회장 흠집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롯데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을 위한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의 일본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지난 2일에는 이 사이트를 통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본 의혹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겠다"며 "사건 의혹의 내용과 전개에 따라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책임 추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에는 신격호 총괄회장 인터뷰를 비롯해 최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입점 로비 사건, 호텔롯데 상장 연기, 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파동과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관련 내용도 대거 올라와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상황을 종업원지주회 등 일본 롯데 임직원들에게 알리는 창구인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는 25일 주총 전까지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소속 직원들을 직접 만나며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는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롯데홀딩스 상장을 전제로 지주회원 1인당 25억원 상당의 지분을 배분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앞세운 방어전략에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계기로 도덕성을 문제삼는 신동주 전 부회장. 오너들의 경영권 향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의 직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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