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포스코, 게티이미지뱅크 / 편집=김승종기자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포스코, 게티이미지뱅크 / 편집=김승종기자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 피해로 중단된 포항 제철소 고로 3기를 정상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냉연과 후판 등 하공정 시설 침수 상태가 심각해 완벽한 복구엔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철강재 가격은 포항 제철소에서 주로 생산하던 일부 품목 위주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 침수 피해로 사상 처음 가동이 중단됐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고로 3기를 지난 13일 모두 정상화했다.

포항 제철소는 지난 6일 약 400mm 폭우와 인근 냉천 범람으로 침수, 정전 피해를 입었다. 고로 제2호, 3호, 4호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 10일 3호, 12일 4호, 2호가 순차적으로 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고로는 열을 가해 철광석에 든 철을 뽑아내는 가장 중요한 설비다. 만약 1주일 넘게 고로 가동이 중단된다면 고로 안의 쇳물이 굳어 복구하는 데 수개월 이상 걸린다.

문제는 하공정이다. 포스코는 현재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반제품 생산은 재개했지만 중간재인 슬래브 등을 만드는 제강공정과 이를 통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압연공정 등을 통칭하는 하공정은 차질을 빚고 있다. 지하에 있는 압연공정 등이 완전히 침수돼 진흙을 제거하고 설비들을 수리하기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공정은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며 배수작업은 80% 정도 마무리됐다"며 "지하에 침수된 라인들 같은 경우 우선 배수가 마무리되고 상황을 파악해야 복구 계획 수립이 가능해 가동 재개 시기 등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에서도 포스코의 하공정라인 복구가 오랜 시일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하에 전략과 압연라인 등 대형 설비들이 위치한 포항 제철소 특성 상 정상화에 반년 넘게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복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많은 설비들에 묻은 뻘을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 침수로 망가진 장비들을 고치고 하는 등 복구 자체에 산적한 과제들이 많아 다른 것을 신경쓰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굉장히 넓은 면적이 침수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어떤 라인이 얼마나 침수되고 하는 정도조차 현장에서 정확히 확인하기 힘든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피해 규모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주 내로 민관합동 '철강 수급 조사단'을 구성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공급 영향에 대해 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전방 산업으로 조선, 자동차, 기계, 건설,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며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는데 굉장히 시간이 걸리고 일부 제품은 포항 지역에만 생산되기 때문에 업계와 긴밀히 협의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철강 가격 다시 오르나… "일부 품목 일시적 상승 불가피"

하공정라인 설비 복구가 오랜 시일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각에선 공급난까지 예상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쇳물은 국내 연간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하며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등이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까지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철강 슈퍼사이클로 철강가격 대폭 인상에 성공해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 하반기 중국의 철강수요 부진에 따라 철광석, 원료탄 가격이 약세를 기록했고 글로벌 철강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철광석 가격은 지난 9일 기준 98.05달러로 지난해 평균보다 40%가량 떨어졌다. 

포스코가 일 평균 4만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고 알려진 만큼 포항 제철소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은 일시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 중 열연강판은 포스코의 광양 제철소에서 생산량 충당이 가능하지만 선재와 스테인리스 등의 일부 품목은 수급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은 광양 제철소의 생산량이 포항 제철소의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급 문제를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포스코 포항에서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하공정 물품들이 전기강판, 선재, 스테인리스 등으로 알고 있는데 이 물품들은 유통하거나 직접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업체에 직격탄이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복구 기간이 얼마나 장기화되냐에 따라 달렸다"며 "일부 품목 별로는 수급 차질을 빚어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포항 제철소에서 주로 생산하는 품목들을 특히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스코의 수해 피해가 철강 시장 전체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철강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포스코가 국내 생산되는 철강 제품의 상당수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이 판매하는 품목 분야가 다르며 올 하반기 철강 시황 자체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재고도 넉넉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별로는 수급 차질이 있겠지만 철강 가격이 낮아지고 수요도 줄어드는 등 시황 자체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 재고가 넉넉한 편"이라며 "광양 제철소에서의 대체 생산과 유통 분야의 재고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포스코 하공정 라인 복구가 완료되는 시기가 밝혀져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하 시설물들의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생산 재개 등의 일정을 새롭게 밝힐 수 있다"며 "수급차질과 가격상승 등에 대해선 현재 복구에 만전을 기하는 상황이다 보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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