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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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이 분기 기준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2년 전 조선업계 불황에 따른 저가 수주 여파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저가 수주는 조금씩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선박의 주요 자재인 후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설상가상 노조까지 파업에 돌입하면서 현대중공업의 흑자 전환은 당분간 힘들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39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이 1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8년(-1093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하회한 수치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은 1조3848억원에 이른다.

통상 선박을 수주하고 인도하는 데엔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된다. 이 기간 수주금액은 4~5번에 나눠 받으며 인도 시점에 받는 금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지금의 영업손실은 1~2년 전의 수주 실적이 반영된 것이다.

조선업계의 불황과 코로나19가 겹쳐 지난 2020년과 지난해 국내 조선 3사라 불리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을 저가로 수주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20년 한국조선해양은 130억달러, 삼성중공업은 71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은 61억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지난해엔 발주가 더 줄어들어 한국조선해양 91억달러, 대우조선해양 56달러, 삼성중공업 55억달러를 기록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주 실적으로 경쟁상대를 이기기 위해 저가 계약을 맺었지만 그 사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을 남기기 한층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클락슨리서치에서 발표한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3월 기준 156.17을 기록하며 16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신조선가 지수는 세계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저가 수주 경쟁을 통해 낮아졌던 선박 가격이 다시 정상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오는 2025년 상반기까지 물량은 수주를 채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우량 조선사들 경우에도 수주 잔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경쟁을 치열하게 해서 낮은 가격의 수주 전략을 유지할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 후판 가격 상승세 지속에 현대중공업 비용 부담↑… 권오갑 "차원이 다른 위기 와"

다만 신조선가의 상승은 선박 전체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호재라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후판 가격이 지난해에 두번 연속으로 오른 이후 올해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후판가는 상반기에 톤당 10만원 하반기에 톤당 40만원이 인상돼 현재 11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의 경우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철 등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라 또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나 조선사들도 후판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지난 몇 년 간의 저가 수주가 원인이 된 것"이라며 "조선사들이 영업이익이 좋지 않아 후판 가격 인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은 잘 이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도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등 위기의식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지난달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해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회사별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은창 연구위원은 "후판가격이 오른다는 뜻은 다른 원자재도 철강으로 만들기 때문에 전반적인 원가 상승분이 오른다는 뜻"이라며 "후판가격 인상은 기존은 계약된 물량들의 가격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충당금을 써야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엔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이후 다시 후판 생산량이 많아져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예상치 못하게 또 오른 측면이 있다"며 "기존의 전망은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었으나 예상 못한 변수로 후판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기존에 계약했던 물량들이 소진되는 시점이 되야만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노사 갈등까지 겹쳤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3월 기본급 7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 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3월 22일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8%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매일 8시간의 전면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파업 참여 조합원은 약 8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됐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한 상태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선박 건조 작업이 늦어진다면 지연 배상금 등이 발생해 흑자전환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파업을 이끄는 정병천 노조 위원장은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당시 임시 주주총회장 점거 등을 이끈 인물로 파업이 장기화될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분이 현재 1분기 실적엔 포함되지 않았다"며 "예단할 수 없지만 오는 2분기엔 손실 추산분이 공시를 통해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선가가 오르고 수주도 정상화되는 분위기이나 조선업 특성상 올해 말 혹은 내년은 돼야 수주 실적이 영업이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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