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원자재가격정보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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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인 철강업계가 연초부터 시련을 맞고 있다.  

철근 생산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철 가격이 탄소 중립 정책과 맞물려 치솟고 있어서다.

철강업계는 장기적인 수익 악화 우려는 지나치다는 반응이지만 단기적인 철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철근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 가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은 사상 최대실적을 갈아치웠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76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조2380억원으로 283.8% 올랐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2조8499억원의 매출과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251.3% 오른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동국제강도 매출 7조2403억원, 영업이익 8030억원, 당기순이익 60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9.1%, 영업이익은 172.5%, 당기순이익은 779.1% 오른 수치다.

글로벌 철강시황 호조에 따라 자동차강판,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이 업계 전반의 호재로 작용했다.

그런데 올해는 철강사들이 지난해만큼의 실적은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철근 생산품 가격의 약 90%는 원자재 가격이 차지한다고 알려진 만큼 철근 생산품 가격이 고철 가격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고철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톤당 65만5000원이다. 지난 2020년 12월 평균인 31만2000원의 두배 수준으로 지난해 6월 톤당 50만원을 넘어선 뒤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철 수출지역의 비수기에도 가격이 상승한 점과 글로벌 전기로 증설,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고철 가격은 장기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철근 수급을 반영하는 철근 유통가격과 원가를 반영하는 기준가격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어 철강 업체들의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 '탄소 중립' 정책에 고철 수요↑… "산업 전반 인플레이션 가속화"

이처럼 고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철강업이 탄소 배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만큼 업계 내부에서도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며 고철을 사용한 탄소 저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지난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기존의 2018년 배출량 대비 26.3% 감축안보다 13.7%포인트 높인 목표다. 상향된 감축안에 도달하기 위해선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전 목표치보다 약 1억톤 적은 4억360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에 철강 기업들은 발이 바빠졌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 비중이 전체 산업에서 39%에 달하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고육지책으로 철강 제품 생산 방식을 고로 방식에서 전기로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고로 방식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 석회석 등을 투입해 쇳물을 만들어 철근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고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전기로 방식은 고철을 전기로에 투입하고 전기 아크릴로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설비 투자비가 적게 들고 제조 소요 시간이 짧지만 전력 소모령이 많다.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로 방식 조강 생산량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톤이며 전기로 방식은 약 0.45톤이다.

고로 생산방식 과정 중 전로 구간에서 고철을 투입하는 것도 탄소 배출 저감의 한 방법이다. 쇳물을 뽑아낸 다음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로 과정에서 고철을 투여하면 쇳물 자체의 양이 늘어난다. 늘어난 양만큼 철광석을 녹이는 비중이 줄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즉 고철은 철강업계가 탄소 중립 정책을 따라가기 위한 필수적인 소재가 된 셈이다.

포스코는 고철 사용 비중을 상향하기로 하고 오는 2025년에 광양제철소, 2027년에 포항제철소에 각각 전기로 1기를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국내산 고철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고철 수요 상승에 따라 가격이 뛰면서 철강기업들의 원자재 비용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원자재 비용에 따른 철근 가격 상승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건설, 가전,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 정책이 더 강화되면서 고로 방식을 채택한 철강업체들이 철광석을 고철이랑 섞어 쓰는 비중을 많이 올렸다"며 "고철은 생산재가 아닌 건설 철거 현장에서 발생하는 것을 모으는 등에서 수급하는 발생재라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철강 생산품 가격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며 "결국엔 철강제품도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고 철강재를 활용한 산업 전반의 가격이 올라가는 ‘스틸플레이션’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전로 과정에서 고철을 투입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고철이 들어가는 비율이 통상 10%에서 15% 정도인데 투입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고철 수요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단 고철 가격은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철근 가격에 인상분을 크게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철강사들이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가격 반영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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