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기자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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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우울한 설을 맞고 있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열린 만큼 '처벌 대상 1호'는 피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1일 제조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계가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장 업무를 중단하거나 수시로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등 산재 사고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설 연휴 이후 주말까지 아예 현장 문을 걸어 잠그고 상황을 주시한다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날인 지난달 27일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하고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단했다. 지난달 28일에도 현장 문을 열지 않았고 설 연휴가 끝나는 시점을 오는 4일까지 연장했다.

대우건설도 공사 현장에 한해 설 연휴 시작 시점을 지난달 27일로 앞당겼다. 현장의 판단에 따라 오는 3∼4일까지 휴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건설은 전국 현장에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휴무 권장 지침을 보냈다. 설 연휴 전후에도 본사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도록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다들 설 명절 이후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분위기다"라며 "언제든 처벌 ‘1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다들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고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법 시행 이후 처벌 예시 같은 것들이 없는 등 정착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가이드라인이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안전 사고는 예측하기 힘든 일인 만큼 어떻게 법에 맞춰 회사 내 안전 정책을 펼칠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 법 적용 대상인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모호함 등을 문제 삼으며 보완 입법, 처벌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0일 코스닥협회 회원사 안전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77.5%가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자 처벌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중공업, 건설업, 철강업 등 가리지 않고 인명 사고가 이어지면서 적잖게 당황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에서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붕괴했다. 작업자 6명이 실종됐으며 실종자 가운데 1명은 지난 14일 오후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다. 이번 사건으로 정몽규 회장이 그룹에서 사퇴했으며 본사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에선 지난달 20일 포항제철소 3코크스공장에서 스팀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장입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장입차는 쇳물 생산에 필요한 연료인 코크스를 오븐에 넣어주는 장치다. 사고 당시 현장엔 안전 담당 직원도 배치된 것으로 알려서 논란이 일었다. 최정우 회장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에선 지난달 21일 청주공장에서 불이나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청주공장 4층 보일러실에서 유증기 폭발이 일어나 화재가 시작됐다. 고용부는 에코프로비엠 청주공장에 대한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지난달 24일 울산조선소 가공 소조립 작업장에서 크레인으로 철판 적재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공장 구조물과 크레인 사이에 끼여 숨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크레인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에도 잇따른 사고에 정부는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25일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산업안전보건감독 자문회의에선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은 본사를 특별 감독하기로 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업종별 고위험 사업장은 민간 재해 예방기관과 안전보건공단, 지방 노동청이 삼시로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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