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 디자인=김승종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전기로 공정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함께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전기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차원의 수소환원제철 공정 지원도 올해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철강사들의 전기로 확대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달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6000억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연간 생산량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1월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6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하이큐브는 신 전기로에 철스크랩,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인 용선, 직접환원철(DRI) 등을 사용해 열연강판, 자동차강판 등 고급 판재류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를 통한 1.0GPa급 고급 판재 시험생산, 부품 제작에 성공한 바 있다.

동국제강은 탄소배출 저감형 '하이퍼 전기로' 공정을 연구 중이다. 조업 속도를 높일수록 소비 전력과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높인 형태로 구축된다.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 예열, 장입 방식 개선 등으로 기술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동국제강의 인천공장 에코아크 전기로는 스크랩 사전 예열, 연속 장입으로 일반 전기로 대비 전력을 30% 줄였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1톤의 쇳물을 만드는데 40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이 과정을 10분 줄인다 하더라도 고로 사용이나 전기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줄어들 수 있다"며 "속도와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쇳물의 무게 당 탄소배출 량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전기로를 통해서 쇳물을 생산하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75%가량 줄어든다. 고로는 자연 상태의 녹슬어있는 철광석에 석탄을 이용한 열을 가해 순수한 철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기로는 스크랩이라 불리는 고철에서 전기를 통해 부산물을 떼어내는 방법으로 공정이 진행돼 고로 대비 탄소배출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현재 국내 철강업은 연간 1억톤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쇳물을 만드는 고로, 전로 공정에서 85%의 탄소가 배출되는 구조다.

◆전기로 기술 향상으로 '수소환원제철' 꿈꾼다… 고로 대비 낮은 품질 개선은 관건

철강업계의 전기로 확대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과도 맞닿아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 기술이다. 석탄과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고로 투입 시 철광석과 화학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반면 수소는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발생한다. 수소(H2)가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하는 구조다. 이 과정을 통해 물(H2O)과 함께 철(Fe)이 생성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이 만약 상용화된다면 제철소엔 고로가 사라지게 된다. 석탄과 철광석을 한 데 녹이는 공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소결 공장, 코크스 공장 등 부속설비도 사라지게 된다. 대신 수소환원제철을 철강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선 전기로가 필수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을 쇳물로 다시 용융하기 위해선 전기로가 필요하다"며 "현재 철강업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탄소 배출의 주범인 고로를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 철강업은 탄소, 온실 가스 배출이 필연적인 산업이었기 때문에 탄소 중립의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서 수소환원제철이라는 방안을 생각해 낸 것"이라며 "수소환원제철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전기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1조원에 가까운 재원을 투입해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기술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총괄위원회에서 총 사업비 9352억원 규모의 탄소중립 산업핵심 기술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다. 고로와 전로 공정에 투입되는 탄소계 연료와 원료를 함수소가스, 대체 철원 등 무탄소계 연·원료와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연·원료형 제선 기술'과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전기로 공정 기술' 등의 개발에 1828억원이 투입된다.

고로 공정을 수소환원제철로 완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공장설계 기초 기술 개발에 269억원을 우선 지원하고 사업 적정성을 재검토해 후속 기술 개발과 실증 비용도 지원할 예정이다.

전기로 확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앞으로는 전기로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전기로 공정 제품은 고로 공정 생산 제품 대비 통상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고로는 철광석을 통해 순수한 철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전기로는 이미 쓰여진 철, 즉 스크랩을 다시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불순물 정도가 고로 대비보다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로 공법을 통해 스테인리스 등 몇몇 철강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전기로 제품 품질을 고로 제품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라며 "국내 주요 철강사와 정부가 전기로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전기로 기술도 빠른 시일 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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