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 빈곤과 및 고독사 문제 심각, 건물주들은 고독사 이유로 독거 노인 기피...한국 고령화 속도 일본 보다 빨라

일본의 독거 노인 세대는 2025년에 751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18년에 따르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 세대는 33.5%에 이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독거 노인 세대는 2025년에 751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18년에 따르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 세대는 33.5%에 이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출산・고령화와 인구의 도시 집중화는 한국과 일본이 놀라울 만큼 닮아 있는 인구 현상이다. 한국 보다 한발 앞서 개발 우선 및 도시 집중형 팽창 정책을 추구해 온 일본 사회의 현재 모습은 한국의 반면교사가 된다. 개인 간의 소통 단절과 계층 격차의 심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취약 노인 계층 문제를 들여다봤다.

“고령자분에게는 소개가 좀 힘드네요”

교토(京都)신문에 따르면 교토시 우쿄(右京)구에 사는 71세 여성은 시내의 한 부동산에 집을 구하러 갔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 남편과 함께 마련한 집에서 아들 내외와 함께 생활해왔으나 40여년간 함께 해온 남편과는 2년전 사별했다. 여성은 “금방 새로운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집을 나왔지만,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한쪽 다리에 지병이 있어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을 인터넷으로 찾아 부동산에 연락했다. 그러나 “건물주가 받아주지 않는다”, “독거 노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곤란해 진다”는 이유로 20여 곳 넘게 거절당했다.

월세가 싼 공영주택 입주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 온 지역에는 공영 주택이 없어 이 마저도 포기했다. 살집을 찾기 시작한지 약 한달 반이 지났을 무렵, 겨우 아는 부동산으로부터 소개받은 원룸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여성의 월수입은 국민연금과 남편의 유족연금에서 개호(간병)보험료를 제하고 남는 약 14만엔(약 144만원)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6만 5천엔(약 67만원)의 월세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나머지를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제로다. 식비는 하루 1천엔(약 1만원) 이내로 줄이고 있다. 여성은 “아무리 허리끈을 졸라도 월세 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독거 노인 세대는 2025년에 751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 세대는 33.5%에 이른다. 주택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될 고령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주택세이프티넷’ 법개정을 통해 고령층과 저소득층과 같이 주택 확보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제도를 시작했다. 입주 희망자에 차별을 두지 않는 물건 정보를 모아 인터넷 상에 공개 중으로, 등록된 물건 수는 전국 약 62만호 가량이다. 하지만 즉시 입주 가능한 집이 한정되어 있어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집세 보조를 받을 수 있는 물건은 정작 1% 미만이다.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를 주택가 풍경(사진=최지희 기자)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를 주택가 풍경(사진=최지희 기자)

현재 일본 사회에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독거 노인의 입주를 거부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는 문제다. 입주후의 관리 및 돌봄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거주지원법인도 증가하고 있지만 고독사 위험 등을 이유로 고령자의 입주를 기피하는 곳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에 위치한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자에게는 과거 해당 물건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고독사가 발생한 집이라고 하면 꺼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1960년 한국인의 평균 연령은 23.1세였으나 2019년에는 42.2세가 됐다. 연간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명을 넘었으나 2020년에는 27만명으로 급락했다. 기대 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9년 83.3세로 늘어났다. 일본은 2005년부터 인구가 감소해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인구 감소 속도는 한국이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고령화율은 15.7%로 일본의 28.9% 보다 낮지만 합계 출산율은 한국이 0.84명, 일본이 1.34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2065년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 빈곤과 고독사 문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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