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부터 진입 어려운 세탁기, 에어컨 및 냉장고 판매가격 상승···향후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

도쿄 도내에 위치한 가전양판점 ‘빅카메라’ 전경 (사진=최지희기자)
도쿄 도내에 위치한 가전양판점 ‘빅카메라’ 전경 (사진=최지희기자)

성장률 둔화를 지적 받아왔던 백색가전 시장이 일본에서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백색가전의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면서2019년 가정양판점 등의 매장 평균 판매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세탁기는 약 90%, 에어컨과 냉장고는 약 20%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표적인 흑색가전인 텔레비전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및 중국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연말 연휴, 일본의 대표 가전양판점인 빅카메라(BIC CAMERA) 유락초(有楽町)점에는 새해를 맞아 가전제품 등을 새롭게 바꾸려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붐볐다. 총무성이 매월 발표하는 ‘소매가격통계’에 따르면 드럼식 세탁기의 2019년 매장 평균 판매가격은 18만 8,324엔(약 203만 8천원). 평균 가격이 10만 1,207엔(약 109만 5천원)이었던 2009년과 비교하면 8만 7,117엔(약 94만 3천원)이 올라 90%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가격도 각각 24%, 18% 올랐다.  

이와는 달리 흑색가전으로 불리는 텔레비전의 경우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액정 텔레비전으로 바뀌는 시기에는 얇은 액정 모니터가 고부가가치품으로서 가격 상승을 견인했지만, 2010년에는 보급이 확대되면서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9년 액정 텔레비전의 매장 평균 판매 가격은 4만 8,243엔(약 52만 2천원)으로 2009년에 비해 50% 정도 떨어졌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한국기업과 하이센스, TCL 등의 중국기업에 맞서기 위해 성능 차별화를 꾀했지만 LG전자가 초고정밀영상인 ‘8K’에 대응하는 유기EL텔레비전을 발빠르게 상품화하면서 기술면에서의 우위도 내세울 수 없게 됐다. 

대신 백색가전인 냉장고와 세탁기의 경우 무겁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완성품을 수입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해외로부터의 진입이 어려워 일본 국내 기업이 세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도시바(東芝)가 가전부문을 매각하는 등 일본 전자메이커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사업을 남긴 파나소닉, 히다치(日立)제작소, 미츠비시(三菱)전기 등이 점유율을 장악할 수 있었다. 

또한 소비자들의 수요 및 생활 스타일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시되면서 키워드는 ‘시간 단축’과 ‘편리성’으로 압축되면서 기능성 경쟁도 치열해졌다. 10년 사이 일본의 맞벌이 가정이 약 20% 정도 증가하면서 이들을 타겟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상품에 접목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기능과 품질이 향상되면서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사이클이 점차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시장 축소로 향후 20년 안에 세대수가 약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가전 등을 ‘구입’하지 않고 ‘공유’하는 셰어링서비스의 확산으로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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