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한창일 때…부적절" 비판 목소리 커

두산인프라 임원과 팀장 12명은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 클럽에서 골프모임을 가졌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두산인프라 임원과 팀장 12명은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 클럽에서 골프모임을 가졌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임원과 간부 10여명이 사적으로 가진 골프 모임이 논란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을 겪으며 휴업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29일 두산인프라코어와 해당 골프 모임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인 28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 클럽에서는 두산인프라 임원과 팀장 12명의 골프모임이 있었다.

라데나 골프클럽은 두산그룹에서 직접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엔진 사업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에서는 "그룹 경영난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려가 깊은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은 경영위기로 휴업을 추진 중이며 직원들도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또 모임 바로 전날인 27일 국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긴급자금 1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등 회사 전반의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10명이 넘게 모여 행사를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골프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14∼15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2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인드에서는 "모기업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어려운 시기에 리더들이 좀 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나"는 비판의 글도 올라왔다. “임원들은 골프를 즐기는 동안 힘없는 직원들만 고통 분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나" 같은 내용도 있었다.

두산그룹에서 임직원들에게 제공되는 골프 회원권은 영업을 위한 것이다. 영업에 사용해야 할 회원권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또 미국 전시회 출장을 다녀온 팀장의 경우 자가격리 기간에 모임에 나섰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 골프 모임이 회사 행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개인적으로 친목 도모 차원에서 임직원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골프 경비 역시 모두 각자 개인이 부담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미국 출장자 2명의 경우 귀국한 지 2주일 정도 지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4∼15일 귀국 당시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지침이 없었고 자가격리 대상은 아니었다는 게 두산인프라 측 설명이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보고를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사실이라면 이런 시기에 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한 행동이다. 신속히 상황을 파악한 뒤 책임을 따지고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현재 부서 차원에서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 추궁 등의 조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회사 차원에서의 징계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엔진 등 각종 기계를 생산하는 두산그룹 자회사다. 전신은 대우종합기계로, 2005년 1월 두산중공업에 인수된 후 그룹에 편입됐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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