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 등 매입 의지 피력하고 있지만…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신중론' 무게
송인준 대표 "지금은 타이밍 아냐"

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의 경영권 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지난해 초 매각 주관사를 발표하며 매각 시기를 올해 정도로 전망한데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이 매입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MM PE에 인수된 후 대한전선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초다. IMM PE는 당시 "자금회수(Exit)를 목표로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유상증자를 통해 대한전선의 경영권을 사들인 지 4년여만이다. 대한전선은 1970년대만 해도 재계 서열 10위권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여파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가 IMM PE에 인수됐다. 

IMM PE는 매각 주관사를 발표하며 매각 시기를 올해 정도로 전망했다. 게다가 최근 국내 20대 그룹인 L사 고위 경영자가 직접 인수의지를 드러내는 등 매입을 노리는 후보들이 나서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 거래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선업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IMM PE에서 신중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시간 여유를 두고 새 주인을 찾는 편이 유리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L사의 인수 의사 표명에도 IMM PE 측은 “매각을 검토하더라도 현재는 때가 아니라”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전선시장이 전반으로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매각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연말 해외수주 성과가 좋았던 만큼 당분간 수주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전선이 보유한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은 전세계 7개 기업만 갖고 있는 핵심기술”이라며 더 좋은 매각 조건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IMM PE로서는 당장 대한전선 경영권을 매각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인수 이후 꾸준한 경영 안정화 작업을 거치면서 투자금의 대부분은 이미 회수한 상태다.

IMM PE는 2015년 3000억원을 들여 대한전선 지분 67.1%을 사들였다. 이후 부실자산 정리 등 재무구조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2014년 266억4400만원이던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2018년 446억7300만원으로 7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EBITDA도 503억7000만원에서 699억5600만원으로 뛰었다.

IMM PE는 이 때 리캡과 지분 블록딜을 통해 투자 원금의 약 86.8%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지금도 대한전선 지분 61.3%를 차지한 최대주주로 남아 있다. 보유지분을 시가로만 따졌을 때도 약 3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의 경우 대한전선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그러나 이는 고객들이 발주 프로젝트의 시행 시점을 미루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프로젝트가 재가동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IMM PE측은 실적 부진으로 동반 하락한 시가총액도 수주 성과 실현 시 작년 수준으로 회복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대한전선 시가총액은 4800억원대로, 지난해 2월에는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정부가 500㎸급 이상 전력 케이블 시스템 설계 및 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해외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므로 올해는 반드시 실적 반등을 일궈 몸값을 높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외수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해가 매각을 위한 적기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대한전선은 앞서 지난 1월 당진공장에서 생산한 380kV급 초고압케이블을 네덜란드로 출하했다. 이는 네덜란드와의 첫 수출 계약으로, 수주 규모는 수십억 원대로 알려졌다.

2019년 한 해 동안 대한전선이 미국지역에서 성사시킨 계약만 전년도 수주액의 두 배를 뛰어 넘는 2700억원 규모다. 작년 6월과 12월에는 쿠웨이트와 호주에서 각각 910억원, 1385억원 규모의 전력망 구축 사업을 따내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전선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한전선이 중국에 매각되는 것보다는 국내 기업에 팔리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업결합 심사 통과 여부 등의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국내기업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점쳐진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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